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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미등록 경로당' 지원 길 열려
등록일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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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아 앵커>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죠.
그런데 충북 청주의 한 마을에서는 일부 어르신들이 하나뿐인 경로당을 이용하기 어려워 여러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내오다 최근 문제가 해결됐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이 마을을 취재한 이리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기자, 안녕하세요.

◆ 이리나 기자>
안녕하세요.

◇ 김현아 앵커>
요즘 도시의 아파트 단지 안에는 보통 경로당이 하나씩은 마련돼 운영되고 있죠.
농촌지역에서도 마을마다 경로당이 설치돼서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마을에서는 어떤 이유로 어르신들의 경로당 이용이 어려웠던 건가요?

◆ 이리나 기자>
네, 먼저 제 뒤로 보이는 화면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곳이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인데요.
현재 130여 세대가 모여 사는 마을로 이곳에는 30여 년 넘게 오랫동안 운영 중인 경로당 한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도와 고속도로가 이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문제가 시작됐는데요.
(장소: 충북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한적한 들판 사이를 가로지르는 왕복 4차선의 17번 국도입니다.
원래 이 마을은 도로가 생기기 전 하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비포장도로가 개통된 뒤 2000년대 들어 도로가 포장되고 확장되면서 교통량이 크게 늘자 마을 주민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어려워졌습니다.
이 마을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다 보니 경로당은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경로당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랫동네에 있는 주민들은 이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 아랫마을에서 오르막길의 마을 골목을 오르면 바로 이 4차선 도로가 나오는데요.
불과 2~3백 미터의 거리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오르막길 걷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올라와서 윗동네 경로당으로 가려면 반드시 이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요.
하지만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또 덤프트럭같이 큰 차량들도 많이 오가면서 상당히 위험했는데요.
횡단보도 신호등은 걸음걸이가 느리신 어르신들의 경우 다 건너기도 전에 이미 빨간불이 돼 보는 저도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인터뷰> 이리나 기자
"예전에는 저 위까지 올라가셨어요?"

인터뷰> 유형순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주민
"그럼요 갔죠, 지금은 못 가요. 우리 집 양반도 여기 도로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64세에 애들 다 학생일 적에 돌아가셔서..."

인터뷰> 이리나 기자
"항상 건너실 때마다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인터뷰> 유형순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주민
"그렇죠. 잘 안 가고 꼭 가야 할 일 있으면 조심해서 가죠. 여기서 올라가려면 3~4번 쉬어야 해요. 제 나이가 90이에요."

인터뷰> 오선균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주민
"저기 위에는 잘 못 갔죠. 다리가 아프니까 누가 태워다 주면 가고. 걸어 다니기가 굉장히 불편하죠."

◇ 김현아 앵커>
네, 어르신들이 횡단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시는 모습만으로도 정말 아슬아슬해 보이거든요.

◆ 이리나 기자>
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도로를 건너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실제로 경로당까지 걸어서 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제가 직접 걸어봤습니다.
마을에서는 젊은 편에 속하는 이장님과 같이 도로를 건너 기존의 경로당까지 함께 길을 나섰는데요.
먼저 이 마을 입구에 해당하는 교차로에서 도로를 건넙니다.
그리고 약 3백여 미터를 걸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보행자도로 없이 갓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국도 옆에 있는 경부 고속도로도 가로질러야 하는데요.
고속도로 밑에 나 있는 바로 이 지하차도를 통과해야 비로소 윗마을이 나오는데, 또 여기서 3~4백 미터는 더 걸어가야 기존의 경로당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리나 기자
"밑에 계시는 분들은 못 올라오시고 마찬가지로 윗동네 분들도 밑에 볼일이 있어도 잘 못 가셨겠네요?"

인터뷰> 오충진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이장
"그렇죠. 어르신들이 마음은 있어도 서로가 정을 못 나누다 보니까 그게 제일 아쉬웠어요. 나이 드시고 편안히 서로가 얘기를 나누고 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장으로서도 참 아쉬웠습니다."

◆ 이리나 기자>
제가 직접 걸어보니 어르신들은 정말 걸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장님 설명대로 주민들 간의 왕래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김현아 앵커>
네, 경로당에 가는 길이 위험천만하고요.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까지 생긴 상황인데 아랫마을에는 다른 복지시설이 아예 없는 건가요?

◆ 이리나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랫마을에서는 한 어르신이 기증하신 빈집을 쉼터로 개조해 경로당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이 집에 살던 할머니께서 마을 주민들을 위해 집을 통째로 기증하시고 세상을 떠나셨는데요.
그 후로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우록석수정' 경로당이란 이름을 지어 매일같이 이용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주민 회의도 하고 음식도 나누며 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 경로당은 다른 경로당들과 달리 올봄까지만 해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운영비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른 경로당과 전혀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왜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한 건가요?

◆ 이리나 기자>
네, 바로 미등록 경로당이었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지자체에 정식으로 등록된 경로당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1리 1경로당'이라는 규정 때문에 수년째 등록을 못 한 채 15년 가까이 운영됐는데요.
(영상취재: 백영석 유병덕 심동영 / 영상편집: 양세형)
그래서 등록된 경로당처럼 냉난방비나 일정 금의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거나 또 윗동네 경로당이 받는 지원물품을 나눠 받아 운영해 왔습니다.

인터뷰> 황경임 김용순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주민
"더위에 애먹었죠. 에어컨도 못 틀고 먹는 거고 뭐고 다 모든 것이 어려웠죠. 그렇다고 윗동네로 가지러 갈 수도 없고 여기서 우리끼리 해서 먹고 더군다나 기름하고 가스는 더 문제였죠."

◇ 김현아 앵커>
네, 무더운 여름철 냉방비 걱정에 에어컨도 제대로 못 켜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한 마을이지만 미등록 경로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그런데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나요?

◆ 이리나 기자>
네, 마을 이장님을 비롯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데다 다행히 관할 지자체에서 미등록 경로당의 양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경로당 이용을 위한 대로 횡단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경로당에 한해서만 '1리 2개' 경로당을 적용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마련한 겁니다.

인터뷰> 윤석희 / 청주시 현도면 주민복지팀 담당
"이번에 미등록 경로당 양성화 지침으로 1개 리에 하나만 있어야 하는 경로당이 2개가 될 수 있게끔 돼서 경로당 지원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걸 통해서 운영비도 받을 수 있고 매달 13만 원씩 그리고 냉방비, 난방비 걱정 없이 쓰시고 양곡도 지원받으시니까 여기 만들어진 석수정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죠."

◇ 김현아 앵커>
어르신들이 이제 비용 부담을 덜고 마음 편히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 이리나 기자>
네, 모처럼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는데요.
당장 이번 겨울 보일러 기름 걱정을 덜었다면서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인터뷰> 윤명순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주민
"기름도 구청 복지과로 전화를 하니 일단 넣으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달에 넣고서 전화를 주면 해결해 준다고 해서 우선 기름도 넣고 나니 마음이 놓이죠.

인터뷰> 이리나 기자
"올해는 예전과 다른 게 넉넉히 마음 편하게"

인터뷰> 윤명순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주민
"마음이라도 부자예요. 마음이라도 보조가 있으니까 마 음이라도 얼마나 좋아요. 여유롭지..."

인터뷰> 오충진 / 청주시 현도면 우록2리 이장
"우리 이 동네에 20여 가구에 노인분들이 20명입니다. 그분들이 이제 모든 물품을 정식적으로 지원받아서 편안히 쉴 수 있게 돼 여간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 김현아 앵커>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이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법적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지금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전국의 미등록 경로당에도 지원방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이리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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