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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로 층간소음 갈등 해소···토닥토닥 톡톡 게시판
등록일 : 20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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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아 앵커>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은 이웃 간 분쟁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손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시판을 통해 이 같은 이웃 간 갈등을 해소한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임소형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안녕하세요.

◆ 임소형 기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아 앵커>
오늘 소개할 사례는 시민이 낸 제안에서 시작됐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서울시 온라인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민원이 올라왔습니다.
층간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작고 따뜻한 아이디어로 해결해달라는 건데요.
한 시민의 제안이 어떻게 정책으로 만들어졌는지 취재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층간소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게다가 어떤 이웃이 살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파트 층간소음에서 완벽하게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서울시가 흔히 발생하는 민원에 대해서 색다른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디자인 거버넌스로 해소하기로 했는데요.
디자인 거버넌스는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찾아 이를 공공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사업입니다.
민원이라고 하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결해달라고 일방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민원을 제기한 시민과 함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아이디어를 나누며 방안을 함께 찾았습니다.
디자인 거버넌스 담당 부서는 층간소음 등 크고 작은 이웃갈등의 원인을 소통 부재로 판단했는데요.
감정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소통 창구를 마련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이웃 간의 소통을 늘려 갈등을 해소하는 ‘토닥토닥 톡톡’ 게시판을 개발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공공디자인을 활용해 일상생활 속 불편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건데요.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 임소형 기자>
네, 제가 이 게시판을 시범 도입해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H'아파트)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출입구입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카드가 우편함 곳곳에 꽂혀있습니다.
맞은편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토닥토닥 톡톡 게시판입니다.
답장, 양해, 나눔, 공유 등 4가지 유형별 톡톡카드와 소통게시판, 나눔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만약 소음 피해가 걱정된다면 양해 카드에 내용을 적어 이웃 우편함에 꽂아두면 됩니다.
이를 전달받은 이웃은 답장 카드로 호응하며 갈등을 줄여 나가는 겁니다.
소통 게시판에는 함께 개선하고 공유했으면 하는 정보를 공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서로 인사하며 지냅시다‘라고 고사리손으로 쓴 공유 카드가 붙여져 있었는데요.
이를 본 이웃이 ‘반갑습니다’라는 스탬프를 찍어 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와 함께 나눔함을 통해 남거나 안 쓰는 물건을 공유하며 활발한 소통을 유도합니다.

인터뷰> 김희정 / 서울시청 디자인정책과 주무관
"공유카드의 경우는 층간소음 문제라든지 아파트 내 공사, 간접흡연 문제 이렇게 전체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쓰는 카드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게시하게 됐을 때 입주민분들이 왔다 갔다 하시면서 스탬프를 통해 좋아요, 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등의 의견 표현을 하실 수 있게..."

◇ 김현아 앵커>
직접 소통하다 보면 오히려 얼굴을 붉힐 수도 있는데 차분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지난해 5월 말부터 이 아파트의 4개 통로에 설치해서 운영했는데 이웃 간 소통이 원활해졌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카드를 통해 이웃끼리 대화가 많이 생기면서 분위기도 좋아졌습니다.
주민 A 씨는 밤늦게 들리는 쿵쿵 소리에 잠을 설쳤지만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하는 대신 게시판에 카드를 붙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으로부터 손자가 놀러 와 시끄러웠다며 다음부턴 주의하고 미리 알려드리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주민 B 씨는 다음부터 손주가 오기 전 시끄러울 것에 대한 양해 카드를 게시했습니다.
이를 본 이웃은 '걱정마세요' 스탬프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지난 6월 302동 게시판에는 어린 학생이 서툴게 쓴 ‘우리 친해지기 위해 서로 인사해요’라는 카드가 내걸렸는데요.
이에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자는 어른들의 답장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7월 302동에서는 새로운 입주민이 근처에 아이와 함께 산책할 곳을 추천해 달라는 공유 카드가 게시됐습니다.
이 카드에는 여러개의 반갑습니다 스탬프와 함께 상세하게 추천 산책길이 적힌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신경숙 / 'H'아파트 주민
"관심 있게 봤어요. 손편지. 뭐라 그럴까 정감이 간다 그럴까? 윗집이라든지 아랫집에 소음이 있을 때 아이 키우는 집보다 제가 나이를 더 먹었으니까 귀찮다는 식으로 얘기 안 하고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아진 / 'H'아파트 주민
"엘리베이터를 닫아버리고 혼자 가버리길래 같이 타자는 의미에서 엘리베이터 생각하고 같이 타자고 썼었어요. (그다음에는 엘리베이터를 붙잡아 주던가요?) 네, 그런 게 많아지긴 했어요. (저런 거 있으니까 어떤 것 같아요?)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김현아 앵커>
네, 이웃 간 소통이 활발해진 모습이군요.
이뿐만 아니라 나눔 카드를 통해서도 따뜻한 정이 오갔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네눔 카드에도 재미있는 사연들이 있었는데요.
지난 6월 302동에서 햄스터를 무료로 분양해주겠다는 나눔 카드가 게시됐습니다.
이를 본 이웃이 햄스터를 분양받았고, 이후 지인에게서 잘 크고 있다며 답장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 햄스터를 분양한 주민이 햄스터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카드를 다시 내걸었습니다.
이에 햄스터 사진을 게시판에 붙여 안부를 전했고, 다른 이웃들도 햄스터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지난 7월 한 주민은 남편의 수필이 실려있는 책을 이웃과 함께 보고싶다며 나눔함에 내놨습니다.
이를 공유한 이웃들 사이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가 오갔습니다.
이 밖에도 친환경 장바구니, 인형, 신발 등을 주고받으며 마음도 함께 나눴습니다.

인터뷰> 김은지 / 'H'아파트 주민
"처음에 과자를 누가 나눔 해주신다고 해서 과자를 저희 아이가 가져가고 거기(게시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변으로 적어서 붙여놨었거든요. 처음에 생겼을 때 아무도 안 쓸 줄 알았는데 이웃 간에 나눔이 되는 것 같아서 훈훈한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김현아 앵커>
나눔이 소통의 매체로 활용되면서 게시판 이용이 더욱 활성화된 건데요.
층간소음뿐 아니라 다른 이웃 갈등 문제들이 많이 줄었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약 6개월 동안 200건이 넘는 카드가 주민 소통에 쓰였는데요.
공유카드 100건과 나눔카드 44건, 양해카드 21건, 답장카드 35건이 사용됐습니다.
실제로 이 아파트는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한영 'H'아파트 관리소장
"여러 민원이 대체로 많이 줄은 부분을 볼 때 공동주택에서는 게시판을 통한 소통이라는 부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층간소음은 윗층 아래층 주민 간에 서로 모르고 지낼 때 발생되는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게 되는데 엽서를 통해서 동호수를 기재해 소통이 전달되면서 모르고 지냈다가도 서로 간의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되고..."

◇ 김현아 앵커>
그런데 이 게시판이 처음부터 이렇게 제대로 역할을 한 건 아니라고요?

◆ 임소형 기자>
네, 게시판을 개발했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이에 입주민 대표회의를 통해 각 동 대표 입주민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구성했습니다.
모니터링단은 이웃들에게 게시판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먼저 참여해 활용을 독려했습니다.
또 시 담당자, 아파트 관리소장 등을 포함한 팀을 구성해 SNS로 게시판 이용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주3회 모니터링하고, 한달에 한 번 모니터링 결과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영상취재: 백영석 심동영 / 영상편집: 박민호)
이렇게 주민이 직접 유지 관리하며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서울시는 다른 공동주택에서도 이를 자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메뉴얼화했습니다.

인터뷰> 김희정 / 서울시청 디자인정책과 주무관
"입주민들이 어떤 용도로 쓰는 게시판인지 목적이랑 의미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입주민들 중심으로 모니터링단을 만들었고요. 그 모니터링단이 직접 홍보도 진행하고 어떻게 쓰는지 사용 방법도 같이 입주민분들과 나누시면서 입주민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 김현아 앵커>
서울시는 게시판 디자인과 매뉴얼을 다른 공동주택으로도 확산한다는 계획인데요.
공동 사무실이나 기업 등에서도 갈등을 줄이는데 이런 소통방법이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습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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