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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속 노숙 생활···"어렵지만 힘내세요"
등록일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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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앵커>
한겨울 추위 속에서 노숙 생활을 하시는 분들, 어느 누구보다 힘들텐데요.
코로나 사태로 후원의 손길이 줄었지만 노숙인들을 위해 주위의 온정을 전하는데 앞장서는 분이 계십니다.
지역 사회복지기관을 이끌어가시는 분이 노숙인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의 영상편지 전해드립니다.

(출연: 원용철 / 대전 벧엘의집 공동대표)

차가운 날씨 속에 노숙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랑하는 형제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하루하루 견뎌내며 지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분들이 하루 세끼를 어떻게 채우시나 걱정됩니다.
모두들 안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방송국 영상 편지를 씁니다.
지난해 1년 괴물 같은 코로나 사태로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벧엘의 집은 코로나19에도 중단없이 일주일에 두 번씩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고 여러 후원업체 등에서 후원해준 구호 물품을 전해 드릴 수 있어서 안도하기는 했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는 여러분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솟아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후원의 손길과 자원봉사가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어려움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다른 여느 해보다 사명감을 갖고 저희 일꾼들이 열심히 사람다움의 세상을 향해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들!
갑자기 어린 시절에 즐겨했던 방석 빼앗기 놀이가 생각나네요.
사람 숫자보다 적게 방석을 깔아 놓고 둥글게 원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면서 돌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쏜살같이 방석을 차지하는 놀이였죠.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남고 밀려난 사람은 탈락하게 되는... 그야말로 승자들의 자리만 있을 뿐 패자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 꼭 그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니 그저 서글픈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을 게으르고 구걸이나 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는 점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왜 그럴까요?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사람을 노동 능력보다는 소비 능력을 보고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그런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요?
그리고 지속 가능할까요?
저는 거꾸로 그런 사회는 병든 사회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믿습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누구나 노숙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숙인은 단지 가난하고 배움이 적고 어찌어찌하여 병들고 해서 불가피한 처지가 된 사람들 제가 지난 20년 넘게 돌아본 여러분들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들!
이 편지를 쓰면서 가끔 만나는 여성 노숙인들이 생각납니다.
잘 드러나 있지 않은 여성 노숙인들이 자칫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여성 쉼터가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또 하나 노숙인 모두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새해에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노숙인을 위한 공공주택이 많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주고 배려해 준다면 노숙인들도 끝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지요.
사랑하는 여러분들!
코로나 사태로 더욱 어려운 이 비상시기, 힘드시겠지만 저희를 믿고 부디 꿋꿋이 버텨내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도 저희 벧엘의 집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여러분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천사 같은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대전 벧엘의집 원용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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