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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열린 비안도 뱃길···"민-민 갈등 해소로 해결 실마리"
등록일 : 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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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아 앵커>
살고 있는 주민이 있는데 교통수단이 없는 섬이 있다면 어떨까요.
군산 비안도 이야기인데요.
300명 넘는 주민이 17년 동안 공식적인 뱃길 없이 위험천만한 항해를 이어왔는데요.
최근 권익위원회 조정 과정을 거쳐 문제가 해결됐다고 합니다.
직접 취재한 임소형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안녕하세요.

◆ 임소형 기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아 앵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섬으로 남아있던 비안도 뱃길이 최근 다시 열렸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바로 이 배가 17년 만에 비안도를 운항하게 된 공식 도선입니다.
여객선 운항이 재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뱃길이 끊긴지 1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건데요.
우선 '비안도'는 어떤 곳입니까?

◆ 임소형 기자>
비안도는 군산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 부안군과 인접해있습니다.
날아가는 기러기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비안도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곳에는 182가구 358명의 주민들이 주로 김 양식업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데도 여객선이 없어 개인 소유 소형 어선으로 아찔한 항해를 이어왔습니다.
남의 배를 얻어 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은 물론이고 전복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7년 주민 2명이 탄 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09년에는 선원 1명이 출항 준비를 하다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 김현아 앵커>
네, 주민들이 육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항상 위험이 따랐겠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뱃길이 끊기게 된 건가요?

◆ 임소형 기자>
원래부터 비안도에 뱃길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오래전 비안도에는 멀리 군산항을 오가는 여객선이 다녔는데요.
군산과 부안을 잇는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인근 가력도에 대체항이 만들어졌습니다.
비안도 주민들은 2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군산항 대신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력도항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2년 여객선 이용이 줄어 수입이 나지 않자 여객선사가 운항을 중단해 해상교통이 단절됐습니다.

◇ 김현아 앵커>
공식적인 교통수단이 끊긴 후로는 계속 편법으로 육지를 오갔다는 건데 1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뱃길이 열리지 않았던 데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이를 두고 비안도 주민들과 부안 어업인들의 갈등이 심했다고요?

◆ 임소형 기자>
우선 비안도 주민들은 가력도항으로 여객선이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가력도항은 행정구역상 군산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가력도항에 자리 잡고 있던 부안군 어민들이 여객선 접안을 막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박상법 / 비안도리 이장
"비안도 주민들은 여기(가력도항)를 오면 남의 집 온 것처럼 괄시를 당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비안도 주민들로서는 내 땅에서 내 땅을 가는데 왜 남의 땅에서 와서 그러느냐 사실 갈등은 그래서 시작이 된 거에요."

반대하고 나선 부안 어업인들도 사정은 있었습니다.
이들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서 어업을 하다가 새만금방조제 안쪽에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가력도항으로 옮겨왔습니다.
부안군과 군산시의 행정구역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안 어업인들이 선점 사용하며 점유권 다툼 등 지역 갈등으로 난항을 겪은 겁니다.

인터뷰> 민봉환 / 부안 어업인 대표
"(새만금방조제) 안에는 모든 어로행위가 금지돼 있으니까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밖에서 어로행위 하는데 원래 군산시였었기 때문에 이쪽이 그분들의 기득권을 가지려고 했던 부분이고 우리들도 여기에 정착하고 있으니까 마지막 정착지가 여기니까 마음의 갈등들을 서로 겪었던 거죠."

◆ 임소형 기자>
영상으로 다 담지 못했지만 두 분 모두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다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모습을 봤는데요.
그동안의 고통과 설움이 느껴져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 김현아 앵커>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행정구역 조정이 늦어지면서 군산과 부안 어민 간 갈등이 심해져 문제가 커졌다, 이렇게 볼 수 있겠는데요.
사실상 행정기관에서는 손을 쓰지 않은 거네요.

◆ 임소형 기자>
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다시 민원이 제기됐고 본격적인 중재에 나섰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주민들을 모아 회의를 하는 대신 직접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가력도항을 잠깐 들렀다 가는 기항지로하고 작은 규모의 도선을 이용하도록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대신 부안 어업인들의 어선이 다닐 수 있도록 비안도 인근 일부 김양식장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강태욱 /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원인을 파악하다보니 민민 갈등 이전에는 새만금이라는 대규모 사업 이면의 배경들이 민원을 발생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고 학교 교직원인 경우에는 구명조끼가 발령을 받았을 때 인수인계 품목의 1순위라는 것을 듣게 됐을 때 국가가 국민 안전을 지켜야 된다는 국가의 책무..."

◇ 김현아 앵커>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된 민민 갈등을 해결하고 난 이후에 기관들 간에 어떤 협업이 이뤄진 건가요.

◆ 임소형 기자>
선정된 협업 기관은 전라북도, 군산 해양경찰서, 군산시, 부안군, 농어촌공사 등 5곳입니다.
전라북도는 군산시와 부안군의 행정구역 갈등을 조정하고, 군산해양경찰서는 도선 사업 면허 발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군산시는 5억 원을 들여 도선을 건조하고, 부안군은 주변 공유수면을 관리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가력선착장을 기항지로 활용하도록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5개 기관과 지역 주민들은 40여 차례 회의를 열어 조정을 거듭했습니다.
마침내 지난 2018년 국민권익위 현장 조정회의에서 비안도 도선 운항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안도 이장님은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박상법 / 비안도 이장
"어부가 관공서를 찾아다니는 게 하루 이틀 아니고 십년이라고 하면 정말 말도 못하는 고충이죠. 어떻게 됐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어민들 만나고 찾아다니면서 해결되고 나니까 사실은 맥이 탁 풀리는 거예요. 많은 세월 동안 하고 나니까 설움도 생기고 안도의 마음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나이 먹은 사람이 울음이 나올 수밖에 없죠."

◇ 김현아 앵커>
협약 체결 이후 1년 동안 도선을 건조해 지난달 18일 취항식을 했죠?

◆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비안두리호가 가력도항에서 취항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습니다.
(비안두리호 취항식 / 지난달 18일, 가력선착장)
세찬 물결을 헤치며 항구로 들어오고 환한 표정의 주민들이 차례로 배에서 내립니다.
비안도와 가력도항을 잇는 도선이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배에 의지해 거친 바다를 오가던 주민들의 위험한 항해도 막을 내렸습니다.
승객 12명이 탈 수 있는 12톤급 규모로 하루 두 차례 왕복 운항합니다.
(영상취재: 김윤상 이기환 / 영상편집: 박민호)
17년 만에 운항하게 된 비안두리호를 본 각 기관 담당자들은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인터뷰> 김연중 / 군산해양경찰서 경위
"권익위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냈고, 시청에서는 주민들 일일이 만나 뵙고 정책에 대해서 설명을 했던 것이 통했고요.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는 법에서 있는 것들이 공공이익이라는 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건가 놓고 보니까 절차라는 것도 적극적으로 찾고 찾으면 충분히 가능했던 건데 왜 그 때 그런 것들을 못 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터뷰> 박동래 / 군산시청 수산정책계장
"주민들의 안전문제도 있었지만 비안도 관광자원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동안 배가 안다니니까 관광객들이 전혀 방문이 없습니다. 섬은 섬대로 점점 생활이 악화될 수밖에 없고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귄익위를 중심으로 각 기관별로 협업을 해서 문제가 해결이 됐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너무 기분 좋게 생각하고요. 앞으로 비안도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어업 외에 관광 수익도 올리면서 비안도가 더 잘사는 마을로 변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임소형 기자>
저도 배를 타고 비안도에 직접 들어갔었는데요.
이렇게 금방 안전하게 오갈 수 있기 까지 그렇게 많은 세월이 걸릴 수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비안도 주민들을 대신해서 선장님께 소감을 여쭤봤습니다.

인터뷰> 이만근 / 비안두리호 선장
"(도선이) 한 20년 없었는데 생기니까 아주 좋대요. 호평이 아주 좋아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아 앵커>
국민권익위 조정을 통해 오랫동안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던 민민-갈등이 합의점을 찾았는데요.
끊겼던 뱃길이 다시 열리면서 비안도 주민들은 안전하게 오갈 수 있게 됐고 부안어민들과의 갈등도 해소됐는데요.
비안도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임소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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