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석 앵커>
일제강점기 시절, 나라의 독립을 위해 숨어서 활약한 여성들이 많은데요.
그동안 잘 몰랐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됐습니다.
지역 여성독립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흉상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데요.
최신영 국민기자가 소개합니다.
최신영 국민기자>
(충북여성독립운동가 전시실 / 충북 청주시)
나라꽃 무궁화로 뒤덮인 대한민국 지도.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는 이곳은 충북이 연고지인 여성독립운동가 상설전시 공간인데요.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독립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흉상.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인물 표정부터 옷차림까지 생생하게 표현됐습니다.
박자혜
신채호 선생 부인, 만세운동 주도
커다란 눈매에 푸근한 인상인 박자혜 여사.
남편인 단재 신채호 선생 곁에서 독립운동가들의 다리 역할을 했고,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경에 체포돼 고초를 겪었는데요.
닮은 외손녀의 모습을 참고해 제작된 흉상 모습에 관람객들이 감탄합니다.
인터뷰> 권현정 / 중학생
"흉상을 처음 봤는데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실제 같고 살아 돌아오신 것 같아 신기했어요."
신정숙
김구 선생 비서, 여성 광복군 1호
커다란 눈에 동그란 안경을 쓴 여인.
김구 선생의 비서였던 신정숙 여사로 여성 광복군 1호로 활약했는데요.
100일이 된 어린 아들을 업은 채로 기관총을 들고 일본군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감동적인 일화가 전해집니다.
연미당
윤봉길 의사에게 도시락 폭탄 전달
스물세 살 때 상해 여성 단체에 참여해 공동 항일투쟁을 벌인 연미당 여사.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 때 도시락 폭탄을 보자기에 싸줬던 분입니다.
사진 속에는 윤 의사 의거 뒤 단발머리로 변장한 모습도 보입니다.
오건해
임시정부 안살림 맡아
쪽 머리로 단장한 중년 모습의 오건해 여사는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꾸려가신 분이고,
신순호
광복군 여군으로 활약
똑단발한 앳된 모습의 소녀 신순호는 오건해 여사의 딸로 한국광복군에 입대해 여군으로 활약했습니다.
인터뷰> 김정근 / 충북 청주시
"여성들이 독립운동을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 청주 시민으로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늦게라도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보니까 참 좋습니다."
여성독립운동가 열 분의 흉상을 만든 사람은 정창훈 조각가, 지난 1년간 국내와 중국을 오가며 사진을 찾거나 후손 중 닮은 사람을 모델로 삼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창훈 / 조각가
"자료가 가장 부족했고요. 사진 한 장조차 없으신 분들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손녀, 증손녀분들 중에 가장 닮은 사람을 찾고 증언에 의해서 제작했습니다."
현장음>
"박재복 님, '향기로운 나라입니다'라고 안에 귤을 하나 넣어드렸어요. 맛있는..."
박재복
노동자로 항일운동 펼쳐
영동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노동자로 항일운동을 펼쳤던 박재복 여사.
고난 속에 투쟁한 고귀한 뜻을 기려 조각가는 흉상 나무 받침에 상큼한 귤을 그려 넣었습니다.
인터뷰> 유재완 / 충북 청주시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니 상당히 감명 깊었고요.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분들에 대해서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상설 전시장은 충청북도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서훈을 받은 분들을 발굴해 마련한 것입니다.
전화인터뷰> 박현순 / 충청북도 여성정책관
"동상 제작에 대한 동의가 있는 애족상 이상의 여성독립운동가가 흉상으로 제작되었고요. 그 외에 여섯 분, 열몇 분 계시는데 여섯 분 정도는 기록물로 남겨 놓았습니다."
전시장에는 충북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과거 활동 기록과 가족사진 등 관련 자료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모두 열여섯 분 가운데 여섯 분은 뒤늦게 발굴돼 아쉽게도 흉상 제작을 하지 못했는데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물 관람은 당분간 충청북도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몸을 바친 여성 독립운동가들.
미처 몰랐던 숨은 독립운동사를 되돌아보면서 여성들의 불꽃같이 뜨거웠던 나라 사랑 정신을 기억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국민리포트 최신영입니다.
( KTV 국민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