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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신장 첫걸음, 호주제 폐지
등록일 : 200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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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성과 인권 단체들에 있어서 30년 동안의 숙원을 이룬 뜻 깊은 해였습니다. 호주제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후, 호주제 폐지 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험난했던 호주제 폐지의 진행 과정과 그 의미를 정리해 드립니다.

반세기 동안 성차별과 인권침해의 폐단을 낳으며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던 호주제.
그 오랜 그늘을 2005년 마침내 거둬냈습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노력의 시작은 3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4년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이 처음 거론되고, 이후 미약한 부분에서의 민법 개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 그동안 ‘상속’ 개념이었던 ‘호주’가 ‘승계’개념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가부장적 요소로 인한 성차별과 개인 정보 유출에 따른 인권침해라는 호주제의 폐해가 이어지자, 1999년과 2000년 UN이 우리정부에 호주제 폐지를 권고하기에 이릅니다.
각종 시민단체와 여성부는 계속해서 한 목소리로 호주제 폐지를 외쳤고,

지난 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호주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내게 됩니다.

이로써 호주제 폐지를 위한 각계의 움직임은 탄력을 받게 됐고, 2008년 새로운 신분제도의 시행에 앞서 현재 대체 법안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호주제 폐지 후 새롭게 도입될 신분등록 제도로는 대법원과 법무부 그리고 시민단체의 안이 있습니다.

법무부안은 현재 호주를 기준으로 작성해 오던 호적부 대신 국민 개인별로 신분등록부를 만들고 기본증명서 와 혼인증명서 등 총 6종류의 신분증명서를 구분해 발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신분등록 사무를 기존 법원에서 법무부로 모두 이관해 개인 정보를 법무부가 집약, 관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민노당과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안은 호적 편제를 개인으로 하고, 신분등록 공부를 목적에 따라 출생부, 혼인부, 사망부 등으로 구분해 관리, 교부함으로써 신분 공개의 목적과 맞지 않는 개인 정보 유출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무 관장은 기존대로 법원이 맡습니다.

대법원안은 개인이 호적의 주체가 되고, 사무 관장은 기존대로 법원이 맡으면서 혈연 가족 정보는 자세히 입력하지만 출생이나 혼인, 사망 등 사안에 따라 교부하는 증명서가 달라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법무부와 시민단체 안의 절충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법무부안과 대법원안은 사실상 혈연 가족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적게 돼 있어 현행 호적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더구나 법무부 안은 신분제 관장 주체가 법무부가 되어 개인정보를 집약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통념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습니다. 기존의 본적 개념이 등록준거지로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 살아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호주제 폐지를 주도했던 여성계와 인권단체인들은 호주제 폐지의 당초 취지를 상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호주제 폐지와 새 신분제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재혼 가정의 아이들이 새 아버지의 성을 따라 ‘정상 가족’으로 보이도록 하는 게 아닌, 성적 소수자나 편부모 가정까지도 가족의 형태에 편입해 ‘정상 가족’의 틀을 깨고 성차별과 인권 신장을 도모하는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곪을 대로 곪은 호주제를 폐지하는데 자그마치 31년이 걸렸습니다. 새로 도입될 신분제도가 ‘차별 해소’와 ‘인권 신장’이라는 대원칙 아래,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제정돼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