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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편지 - 산업자원부 조환익 차관
등록일 : 20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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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
우리주변에서 점점 보기가 힘들어집니다. 펜으로 쓰고 우표를 붙여 보내던 편지가, 요새는 이메일에 밀려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지의 그 정겨운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여러분께서도 서랍 한 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계신 소중한 편지 몇 통이 있으실 겁니다.

제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편지가 한통 있습니다.
어느새 20년전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상공부의 젊은 과장으로 대미통상 마찰 문제 때문에 한창 일에 미쳐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전 매일 밤 자정이 넘어 파김치가 된 채 들어오고 아침이면 세수만 하고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둘째아이 첫돌도, 아이들 입학식이나 졸업식 참석도 아내 혼자 몫이었습니다. 지금도 아빠 없는 돌사진이나 졸업사진을 보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무척 미안합니다.

그렇게 해지면 들어와 해 뜨면 사라지는 유령 남편으로 살던 어느 날, 제 사무실 책상에 편지 한통이 배달됐습니다. 놀랍게도 아내의 편지였습니다. 주말부부도 아니고 매일 집에서 얼굴 보는데 웬 편지?

그러나 이런 낯선 느낌은 편지를 읽어내려 갈수록 커다란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내는 가정에 소홀한 제게 원망을 쏟아놓는 대신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은 전적으로 제가 다 알아서 할께요. 저와 아이들 걱정은 말고 당신은 맘 편히 일에 전념하세요’라는 말로 저를 가슴 찡하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내와 눈 맞추며 얘기 한번 제대로 못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얼마나 하고픈 말들이 쌓였으면 이렇게 편지를 썼을까... 순간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며 마음이 무겁고 뭉클해졌습니다.

물론 아내의 편지 한통으로 제가 갑자기 ‘100점 남편’이 될 순 없었지만, 그 편지의 감동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감동을 준다는 것은 요즘 손으로 쓴 편지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로 쓸 수 있는 편지 한 통처럼 우리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혹은 소원해진 친구에게 정겨운 사연 몇 줄 적어 감동을 전하는 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