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영화와의 만남, <날아라 독립영화>시간입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실 맹수진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맹수진> 안녕하세요.
이은영> 이번에 소개해 주실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맹수진> 네, 이번주가 광복절이 있는 주잖아데요. 그래서 특별히 광복 6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옴니버스 장편영화 <눈부신 하루> 가운데 두 번째 에피소드, 김종관 감독의 <엄마찾아 삼만리>를 준비했습니다.
연출자인 김종관 감독은 대사나 이야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청각적인 표현을 통해 충분히 영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매우 재능있는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입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있으면서도 약간의 변화가 엿보이는 작품인데요. 비록 ‘해방 60년’ 기념작이라는 틀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런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시면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은영>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옴니버스 장편영화 김종관 감독의 엄마찾아 삼만리, 지금 만나보시죠.
맹수진> 조심스럽게 누군가를 몰래 미행하는 이소년, 바로 주인공 종환입니다.
뭔가 일을 꾸미는 듯 한 표정이 역력한데요..
이은영> 노트북을 몰래 팔려고 하는 건가요?
맹수진> 그렇습니다. 종환은 불법으로 노트북을 팔아넘깁니다.
종환의 비행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한눈에 봐도 중고 자전거, 하지만 새자전거라며 억지로 팔아넘기기까지 하는 종환.
이런 종환에겐 모범생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친구 영수가 있습니다.
진지한 종환과는 달리 다소 코믹해 보이는 영수는 종환과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입니다.
모든 10대가 그러하듯 이들에게도 학교 문제, 진로문제 등 벗어나고 싶은 현실속에서 고민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면서 성장해나가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반항적인 10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종환과 영수에게는 학교는 재미없는 수업을 억지로 들어야하는 갑갑한 곳이기만 합니다.
그나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는 존재가 있기에 참을만합니다.
학교에서 유일한 낙은 학교 담을 넘으며 스릴을 만끽하는 것이지만 이마저 순순히 진행되진 않습니다.
종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갔고 태극기를 판매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아버지와 함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거죠.
종환의 희망은 돈을 모아 엄마가 있는 도쿄로 가는 것뿐입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도쿄가 가까워져 온 걸까요?
도쿄로 가는 날을 하루 앞두고 종환은 영수에게 선물을 건넵니다.
이은영> 아까 사기쳤던 노트북이네요?
맹수진> 종환은 이별을 앞두고 영수에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노트북을 건네줍니다.
평범한 미래를 가꿔가길 바라는 우정의 증표인 거죠.
마지막 까지도 담담한 두 사람의 작별 인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기에 가능한 배웅인 거죠.
하지만 모든 것이 순순히 풀릴 리 없습니다.
종환의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요.
이은영> 이 사람은 종환에게 노트북 사기를 당한 사람이잖아요.
맹수진> 현실은 종환을 쉽게 보내주지 않습니다.
종환을 벼르고 있던 사내는 자신이 당한 것 이상으로 종환에게 앙갚음을 합니다.
불꽃 속에서 사라져 가는 여권, 도쿄는 그렇게 사라져만 갑니다.
이은영> 이제 꿈이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네요...
맹수진> 과연 그럴까요?
지금 보이는 이 낯선 거리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낯익은 곳입니다.
낯선 일본 도쿄의 어느 거리에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나타난 종환, 비록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상황이지만 이제 가슴 아픈 성장통을 지나 꿋꿋하게 헤쳐 나갈 종환의 파이팅을 기대해봅니다.
혼란스러운 청춘기를 지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과정을 잔잔하지만 강렬한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 엄마찾아 삼만리.
그의 앞에 오랫동안 꿈꿔온 이상향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또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현실을 헤쳐 나가는 지금 이 순간이 먼 훗날 돌아보면 인생의 가장 눈부신 하루가 아닐까요?
이은영> 김종관 감독의 엄마찾아 삼만리 잘 봤는데요. 주인공이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고, 또 엄마가 실제로 일본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버릴만큼 엄마와 일본에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요?
맹수진> 사실 종환이가 그렇게 만나려고 하는 엄마가 진짜로 일본에 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엄마가 간 곳이 일본 아닌 다른 나라여도 상관없구요. 또 종환이 일본에 가는 이유가 정말로 엄마를 만나야하기 때문인지도 확실하진 않습니다.
‘엄마’나 ‘도쿄’ 라는 설정은 종환이의 막연한 이상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건 감독에게는 현재 종환의 삶, 서울산동네, 인문계 직업반, 그속에서 욕을 해도 통하는 우정, 그속에서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꿈꾸는 소년의 아픈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이은영>네, 그러니까 엄마와 도쿄는 소년이 오늘을 사는 어쩌면 희망같은게 아닐까 싶은데요.
감독이 누군지 궁금해 지는데요. 김종관 감독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맹수진> 또 김종관 감독은 앞모습 못지않게 뒷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요.
얼굴에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의 뒷모습은 때로 얼굴보다 더 많은 정서와 심리적 깊이를 전달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 노트북 사기로 돈을 번 종환이 자기 집이 있는 좁은 골목 안을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슬로우모션과 심도깊은 화면의 결합으로 보여지는 종환의 뒷모습은 그가 돌아가야 하는 누추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그 현실을 대하는 종환의 심리를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인 느낌의 영상으로 전달합니다.
이은영> 엄마를 찾아 떠나려는 주인공의 하루를 그린 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요. 특히 배우들의 꾸미지않은 연기가 ·참 인상적인데요.
맹수진> 종환이 역을 맡은 주인공은 시종일관 무표정하다가 친구와 헤어질 때 딱한번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 참 인상적인데요.
김동영군의 캐스팅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감독이 캐스팅을 위해 이 아마추어 배우를 만나러 갔을 때 배우는 실제 영화처럼 전혀 표정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감독이 담배 한 대를 권하자 그 무표정한 얼굴을 깨고 활짝 웃는 모습을 딱 한번 보였다는데요.
감독은 이 미소를 보고서 이거 하나면 됐다고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종환이는 딱 한번 웃지요.
이은영> 그렇군요, 다음 주에는 어떤 영화 소개해주실껀가요?
맹수진> 다음주에는 연애도, 영화도 초짜 감독 영재가 사랑과 일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예측불가 스토리를 다룬,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입니다.
이은영> 윤성호 감독이라면 지난번 소개해드린 좀비영화 불한당들의 주인공이죠?
맹수진> 네, 맞습니다. 은하해방전선에는 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출연하는데요.
말씀하신 불한당들의 장훈 감독, 그리고 지난주 소개해 드린 불을 지펴라의 이종필
감독도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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