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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틱행동의 역할과 의미 [문화읽기]
등록일 : 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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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서는  생활과 문화를 심리로 읽어보는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심리 이야기를 해주실 이철우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Q1> 처음 이것을 할 때는 조심스럽기도 하고,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는 것이 바로 스킨십인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요?

A1> 네, 스킨십을 심리학에서는 햅틱 행동(haptic behavior)이라고 부릅니다. 햅틱 행동은 손을 잡는다든지, 포옹을 한다든지 등을 두드려주는 식으로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행동인데요. 이러한 햅틱행동은 표정, 시선, 제스처와 함께 비언어적 소통수단의 하나인데요. 오늘은 이 햅틱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Q2> 남녀가 연애를 할때도 때로는 말보다도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이 더 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을 때가 있는데요. 실제로 언어적 소통보다는 비언어적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요?

A2> 네, 말로 이루어지는 언어적 소통보다는 비언어적 소통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상대에게 호의를 표시할 때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데요. 비언어적 소통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죠.

Q3> 비언어적 소통 가운데서도 아까 말씀하신 햅틱행동이 특히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고요?

A3> 네, 햅틱행동이 다른 어떤 소통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보는 연구자도 있을 정도로 햅틱행동은 소통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삽화를 보시면서 이와 관련한 실험을 살펴 보시죠. 실험은 한 대학의 도서관에서 실시되었는데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첫 번째 그룹에서는 남학생들이 책을 반납하러 카운터로 오면 여성 사서가 남학생의 손을 만지도록 되어 있었고요. 일부러 정색을 하고 손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지게 되는 형식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들이 슈퍼마켓에서 거스름돈을 주고받다가 점원의 손을 자기도 모르게 만지게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다른 그룹의 남학생들은 손의 접촉이 없이 그냥 책을 주고받았습니다. 남학생이 책을 반납하고 나오면 실험자가 남학생에게 다가가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에는 사서에 관한 호감도가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여성사서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손 접촉이 있었던 여성 사서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일부러 잡은 것도 아니고 우연히 접촉했을 뿐인데도 학생들은 일관되게 손 접촉이 있었던 사서를 매력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던 거죠. 학생들에게 ‘혹시 여성사서와 손이 닿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느냐’ 라고 물어 보니까 대개의 학생은 서로의 손이 닿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기억조차 못하면서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던 건데요. 이것은 신체의 접촉이란 것이 무의식 수준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Q4> 정말 재미있네요. 위로의 말보다도 손 한번 잡아주고 등 한번 두드려 주는 것이 큰 힘이 될 때도 있는데 이것도 다 햅틱 행동 때문이네요. 또 다른 예는 뭐가 있을까요?

A4> 네, 햅틱행동이 소통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많습니다. 가령 선생님이 아이들의 등이나 팔을 두드려주며 격려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학급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고요. 한 연구에서는 의사가 신체적인 접촉을 한 환자의 경우 자신들이 더 오랫동안 진찰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햅틱행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죠.

Q5> 사람마다 햅틱행동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 다를텐데 혹시 남녀 차이도 있나요?

A5> 네, 햅틱행동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남녀관계에서일 것입니다. 사실 햅틱행동의 정수는 남녀관계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요. 남녀의 햅틱행동은 그들의 관계가 어느 수준에 있는가에 따라 그 방식이 다릅니다. 게레로(Guerrero)와 앤더슨(Andersen)이라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는 영화관과 동물원에서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커플들을 관찰했죠. 어느 쪽이 먼저 상대방을 만지는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커플들을 촬영하고 나서 커플들에게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응답에 따라 커플들은 가벼운 연애관계, 진지한 연애관계, 부부의 세 그룹으로 나뉘어졌는데요. 세 그룹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해봤더니, 가벼운 연애관계에서는 먼저 상대방을 만지는 것은 남성이었고요. 진지한 연애관계에서는 남녀가 비슷했습니다. 부부관계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Q6> 참 재밌는데요. 이런 실험결과는 뭘 의미하는 건가요?

A6> 네, 남성은 친밀해지고 싶을 때 적극적으로 신체적 접촉행동을 시도하고요. 그러다 서로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햅틱행동에 나서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최종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로 두 사람의 친밀함이 보장되면 햅틱행동에 거의 나서지 않게 되는 것이 남성이고요. 여성은 이와는 정반대죠. 여성은 진지한 연애단계 이전에는 신체적 접촉행동을 꺼리고, 남성과 달리 서로가 친밀해질수록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고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햅틱행동의 주도권은 여성이 쥐게 됩니다.

Q7> 결혼하고 나니까 남편이 손도 안 잡아주더라 이런 고민을 하는 기혼여성을 봤는데, 그게 바로 남녀의 햅틱행동 차이 때문이었네요. 이 차이를 잘 생각하면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네요.

A7> 네, 이 조사의 결과는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아직 미혼의 남성이라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요. 상대 여성이 팔짱을 끼거나 자신을 만지는 것에 주저하는 기색이 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아직 친밀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겠고요. 또한 교제기간이 좀 되는 여성이나 기혼여성의 경우도, 시도 때도 없이 만지려고 하던 남성이 요즘 만지는 것이 소홀해졌다고 해서 상대가 변한 것은 아닐까하고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죠.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던 남성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은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친밀할 대로 친밀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말입니다.

Q8> 남녀 사이에 햅틱행동을 잘 이용하면 더 가까워지고,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네요.

A8> 햅틱 행동의 효과는 강력합니다. 서로의 친밀함을 높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무기죠. 이처럼 좋은 무기를 쓰지 않고 내버려두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 상대는 애인이나 배우자에 국한시켜야 겠죠?

알게 모르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햅틱행동, 잘 활용해서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유익한 심리이야기를 해주신 이철우 박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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