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현장 중심의 살아있는 행정을 강조하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주, 안동, 영덕, 울진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지역에서 추진되는 정책들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인데요.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 토목기술의 백미로 손꼽히는 경주 월정교.
1천 3백년 전 신라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월정교가 지난 2006년부터 복원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절반 가까이 공정이 진행돼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월정교 복원 현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경북부 지역의 정책 현장 첫 방문지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월정교 복원은 경주 역사문화도시를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 경주시는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에 30년 간 모두 3조 3천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유 장관은 프로젝트 별로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소요되는 세부 계획을 보고 받고 정책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문화재 복원 과정도 옛 방식을 재연해 이를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을 자전거로 이동하며 현장 행보를 이어간 곳은 ‘교촌 한옥마을’.
12대에 걸쳐 나눔을 실천한 옛 최 부잣집을 비롯해 이 마을의 조선시대 한옥들이 한옥 체험단지로 조성됩니다.
고택을 둘러 본 유 장관은 관광객을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주목했습니다.
수학여행 코스도 이제는 선조들의 정신과 철학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짜야한다는 겁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경주 최부자집하면 우리가 특히 예전부터 듣고 배워서 잘 아는 고택인데, 지금은 건물만 남아있잖아요. 그러니깐 고택에서 과거 200년 300년 전부터 내려왔던 생명감있는 그런 것은 다 없어지고 건물만 남아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과거 2-300년전에 생명감있는 건물로 다시 채워줘야 될 의무가 있어요. 우리한테. 그런 것을 어떻게 잘 할것인가를 연구를 좀 해야되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우리가 생명감을 다시 불어넣어서 과거에 아 이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구나 육훈, 육연 이런것들을 보면서 그런것들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필요하다.”
지난 1월 남해안 섬 지역과 2월 경남 산청, 하동 지역 3월 전주까지 잇따라 방문했던 유 장관의 현장 방문은 천안함 피격 사건 등으로 꼭 네 달만에 다시 추진됐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더 많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궂은 날씨 속에서도 빡빡한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특히 방문단 사이에서 정책의 화두가 된 건 천년고도의 고장답게 보존과 개발의 양립 이었습니다.
황룡사의 경우도 인위적으로 탑을 복원하기 전에 성 주변의 물길인 해자나 옛 도로를 찾는 작업을 먼저 해서 경주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려보자는 겁니다.
채미옥 /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전략센터장
“사실은 건물을 짓지 않더라도 경주시가 갖고 있던 땅 밑에 있던 것, 기존에 갖고 있던 것 만으로도 사실 굉장히 많은 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경주가 옛 날 서라벌의 옛 도읍으로서 옛 도읍지가 자리잡게 된 공간적 골격들이 있다. 지형적 조건으로서 산, 하천, 옛 길, 옛 물길들. 이런것들이 있었고 옛날 도시계획을 했던 장소들이 있고 또 황금도검 같은 것들이 발굴됐던 장소들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흔적을 중간중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서라벌의 옛 도읍의 공간적 골격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고. 그게 무한한 관광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신라고분의 최대 밀집지역인 쪽샘 지구, 발굴이 한창입니다.
이 발굴현장에서 유 장관은 직접 발굴 작업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조심스럽게 발굴작업을 이어가며 문화재 발굴 현장을 관광 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묶여 수십년 동안 재산권 행사나 지역 개발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너무 많은 문화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오히려 주민들의 삶에 제약이 되기도 하고 또는 제대로 그것을 다 꿰지 못해서 훌륭한 우리의 문화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게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그런 부분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경주라는 고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원칙적인 방법이 정리될 것 같습니다.”
이튿날 정책 현장 방문지는 한옥의 멋과 숨결이 오롯이 남아있는 안동.
유장관은 안동의 전주 류씨 고택에 먼저 들러 경건한 마음으로 의관을 갖추고 제를 올립니다.
선조들의 넉넉한 지혜가 느껴지는 퇴계 종택에서도 유 장관은 한국의 정신문화를 강조합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이라든지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 세상이 현대화되면서 생겨날 수 있는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정신적인 영역에 있는 선비문화, 학문도 있고 철학도 있고 인문학적 사상이 바탕이 돼 있는 것인데 이런 것들을 다시 꼭 되살려야되겠다 라는 게 안동방문의 목적입니다.”
한국 국학진흥원에서도 전통의 지혜를 찾는 발걸음은 계속됐습니다.
우리나라 기록 문화유산인 고서와 목판을 관리 보존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유아교육기관의 호응이 좋고 노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이야기할머니 사업도 확대할 뜻을 밝혔습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앙에서 하는 정책들이 현장까지 작은 것들이라도 놓치지 않고, 차분히 시간을 갖고 다져지면 좀 더 세월이 지나면 우리가 가진 옛 정신과 문화들이 바탕이 되서 60년 동안 부숴진 것을 다시 세우고 국민들이 먹고 사는 데 바빠서 많은 걸 잃어버렸잖아요. 이제는 2만불 시대, 곧 3,4만불 시대가 될텐데. 이 상태로 그냥 가면 기반이 무너지는 거거든요. 지금이 적당한 시점이다. 이런 일 하는것들이. 이런 걸 다져서 3,4만불 나아가야 누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선진국. 정신적, 물질적, 경제적인 것들이 다 어울려져서 선진국의 문턱에 다가갈 수 있게 발돋움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빼어난 절경으로 관동팔경의 제 일경으로 꼽히는 월송정.
이곳에선 예기치 않았던 깜짝 만남도 이뤄졌습니다.
정부가 예술교육에 역점을 두고 파견하는 예술강사와 예술 수업을 받는 꿈나무들을 만나게 된 겁니다.
예술강사는 4천 2백명이 초, 중, 고등학교에 보내졌고 670개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해 올해부터 유치원에도 파견돼 음악과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지도를 맡고 있습니다.
유 장관은 예술강사 사업을 더욱 확대해갈 계획이라며, 예술강사들을 격려했습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특히 문화예술 강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도 과연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늘 궁금했는데 현장에서 얘길 들으니까 정말 잘했다. 이걸 의지를 갖고 확대시키고 예산투입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아주 기분이 좋네요.“
문화이모작 사업 시범 마을인 영덕군 인량리 마을에선 정겹고 신명나는 우리가락이 울려 퍼집니다.
나이 지긋한 마을 어르신들도 대학생들의 춤사위를 보면서 저절로 어깨를 들썩입니다.
문화이모작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사업.
대학생들이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녀, 손자가 되어 한 달에 한번 방문해 효도를 하는 ‘1가 1손’ 운동을 하고, 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전통문화축제도 벌입니다.
박광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국장
“문화를 통하여 농촌을 활발히 살려나가자고 해서 농활이 아닌 문활로 이름 붙였다. 농촌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고령화되는 추세속에서 문화를 통하여 농촌을 살려나가는 분위기. 지역사회로 탈바꿈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문화부, 농림부가 추진하는 것입니다.”
고령화로 정체된 농촌 마을에서 단박에 문화적 잠재력을 끌어내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지역 주민에게 말벗이 돼 주면서 작은 마을엔 조금씩 활력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류재현 / 총괄기획 감독
“문활을 마케팅한다 하면 대부분 농촌 테마마을하고 생각하는데 다릅니다. 보통 커다란 돈이 투여되서 여기서 길을 닦고, 하드웨어인데 후자는 문화적 접근이고, 또 하나는 젊은이들의 농촌마을에 대한 참여 물꼬를 트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정책 현장을 둘러본 유인촌 장관은 단소리, 쓴소리를 참고해 정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정부 정책이 전국 방방곡곡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 나서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앙정부는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또는 뭔가 큰 정책이 만들어졌다면 그 정책이 일괄적으로 다 적용될 수 없거든요. 하나의 목적은 갖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방법은 지자체마다 다르게 특색 있게 자기 지역에 맞게 만들어져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지자체가 하는 일들은 정말 집안의 대소사를 잘 살펴보는 것처럼 아주 섬세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유 장관은 앞으로도 정책 현장을 방문하는 행보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현장에서 발견된 정책대안들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정책적 역량을 모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정선 / 대학생 기자
“대학생 신분으로 문화현장, 복원현장을 쉽게 올 수 없는데, 뿌듯했고요. 신기했던 건 사실 시골인데 주민, 노인분들이 장관님 반겨주시고 장관님 또한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문화, 관광 발달한 줄 몰랐는데 신기했고. 더 발달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으면 좋겠다.”
이창원 / 대학생 기자
“기존에 생각했을 때 지역 행정이라하면 주먹구구식이나 탁상 공론식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걱정, 불평했던 것 같은데 이번 따라와서 보니까 전문가 지역주민들, 장관 비롯해서 소통하고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뭔지. 중요한게 뭔지를 정확하게 잡아나가는 과정들이 인상 깊었다.”
KTV 이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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