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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 책으로 되짚기 [행복한 책읽기]
등록일 :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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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서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배워보는 <행복한 책읽기> 시간입니다.

네, 오늘도 우리를 행복한 책의 세계로 안내해 주실 출판평론가 김성신씨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오세요~

Q1> 오늘이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인데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무언가에 열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도 그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오늘은 어떤 책 소개해 주실 건가요? 

A1> 네, 올여름은 정말 유난히 더웠습니다.

언제쯤 이 무더위가 끝날지 올여름 더위, 정말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인데요.

두 분은 혹시 올 여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으셨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가지 쯤은 계절에 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100년 전 우리 조상들도 그해 여름은 아마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름이었을 겁니다.

바로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던 한일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해이기 때문인데요. 올해는 광복 65주년, 그리고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로 최근 서점가에는 관련 서적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또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인 경술국치를 기억할 수 있는 책들을 준비해 봤는데요. 그 첫 번째 책은 <가미가제 독고다이>라는 소설입니다.

화면을 통해 먼저 만나보시겠습니다.

Q2> 네, 식민지 조선, 그리고 조선인 가미가제 특공대원의 이야기...정말 흥미로운데요,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A2> 네, 가미가제 독고다이.

일단 이 작품은 1940년대를 전후한 ‘일제 식민지 치하의 조선’이라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암울한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그 안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담고 있는데요.

주인공의 이름은 하윤식.

그는 이미 열일곱 살에 유년을 마감한 채로 “모든 것이 다 귀찮고 허무하고 재미없는” 청춘입니다. 그래서 그는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에게는 백정의 자식임을 숨기고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와, 남편의 내력을 뻔히 알면서도 금전적인 자유를 위해서 결혼을 선택한 ‘신여성’ 어머니, 그리고 희멀건 얼굴에 훤칠한 키로 누구보다 센티해 보이는 형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 콩가루 집안의 가정사와 그 속에서 방탕한 생활로 일관하던 '모던보이'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 소설의 첫 문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집안 내력이다.‘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주인공까지 이러한 내력은 이어지는데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주인공인 모던보이 하윤식은 형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 태평양전쟁에 동원되는 조선인 가미가제 대원이 됩니다.

그 과정을 소설은 길게 우회해 설명하면서 암울하고 비극적인 시대를 희극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유머 넘치는 문장들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가미가제 독고다이>...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Q3> <가미가제 독고다이>의 김별아 작가... 그동안 <미실>에서부터  <논개>, <백범>, <열애>까지... 실존인물을 소설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활동을 계속 해 왔잖아요.

이번 소설도 실존인물의 얘기인가요?

A3> 네, 김별아 작가는 그동안 실존 인물과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룬 소설을 발표해왔는데요. 이번 소설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역사 속에 분명 존재했던 ‘조선인 가미가제’를 소재로 상상력을 극대화해서 ‘시대’를 쓰기 위해 노력한 작품 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김별아 작가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사슬’ 이라고 밝히면서 실존인물들과 역사를 소재로 한 그간의 작품들이 매혹과 한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역사를 쓰기 위해 작가의 세계관이 개입돼 다양한 변주를 빚어내는 일은 매혹적이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설만이 갖는 허구의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소설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작품이고 역사가 아닌 시대를 쓰기 위한 첫 시도였다고도 합니다. 사실은 아니되 사실보다 더 진실에 근접하는 허구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는데요. 기존의 김별아의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와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네, 역사가 아닌 시대를 쓰기 위한 시도였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기대되는데요.

여기서 잠깐 저자의 음성으로 이 소설 <가미가제 독고다이>의 일부를 준비해 봤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Q4> 네, 지금까지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 가미가제 대원의 이야기인 소설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살펴봤는데요.

이번에 소개해 주실 책은 어떤 책인가요?

A4> 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1910년 오늘은>이라는 책입니다.

두 분은 무엇은 보면 그 시대의 시대상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로 신문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의 일상에서부터 시대의 시대상까지 사회 전반을 골고루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신문인데요. 이 책은 신문을 통해 1910년의 '오늘'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 주는 책입니다.

1910년 8월 22일, 그러니까 꼭 100년 전 어제, 한일병합조약 또는 한일합방, 또는 경술국치라고 불리는 조약이 체결되고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100년이 지난 지금,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그 해의 242일의 신문기사 기록을 통해 당시의 '오늘'을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그 시절에 발행된 주요 신문 기사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한 해를 시간여행 하듯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역사가의 시선이 아닌 당시의 신문을 통해 역사로 다루기 힘든 작은 일상까지도 살펴볼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Q5> 오늘 이 시간 처음 시작할때도 말씀하셨지만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여러 권의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5> 네, 그렇습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올해, 정말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종을 비롯해 그 시대의 인물을 재해석한 책들이나 대한제국의 멸망을 다각도에서 조명한 책, 또 일본인의 시각에서 본 그 당시의 역사 등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책들은 1910년을 역사가의 시선을 통해 살펴봅니다. 하지만 왜,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당시의 우리 민족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와는 달리 역사로 다루기 힘든 작은 일상까지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는 100년 전 오늘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Q6> 말씀 듣고 보니까 정말 그때의 일상이 궁금해지는데요.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배운 다 아는 내용들, 즉 한일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되고 식민지 치하에 들어간 일 외에 어떤 일들이 기록돼 있나요?

재미있는 내용이 있으면 좀 소개해 주시죠.

A6> 네, 지금도 신문에는 살인이나 사기, 강도 같은 강력사건에서부터 평생 노점을 해서 모은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기록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책에도 그러한 일상들이 기록돼 있는데요. 예를 들면 해인사의 대장경 목판이 통째로 일본으로 넘어갈 뻔했다는 이야기나 사용한 우표를 다시 사용하려다가 걸려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백성이 있었다는 이야기.

또 일본인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친일인사들의 특이한 행적이나 한국인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애썼던 안중근 의사의 동생 이야기, 또 온 백성이 참여한 국채보상운동으로 모은 돈이 결국 조선총독부로 이관되었다는 이야기 등의 일상이 짧은 해석과 더불어 당시 신문기사, 사진 등과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희도 한 번 100년 전 오늘로 돌아가 보고 싶은데요.

그래서 저희가 <1910년 오늘은>의 일부를 준비해 봤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Q7> 네, 이렇게 해서 <1910년 오늘은> 이라는 책까지... 경술국치 100년을 너무 무겁지 않게 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소개받았는데요.

이밖에도 꼭 한번 읽어볼만한 관련도서들 있으면 좀 더 소개해 주시죠.

A7> 네, 먼저 소개해 드릴 책은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도 선정된 책인데요. 1886년 조선의 제풀포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20여 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교육자이자 한글학자, 역사학자, 선교사, 그리고 독립운동가로서 한국의 문명화를 위해 헌신한 헐버트의 일생을 다룬 평전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헐버트의 삶은 물론이고, 1903년 고종 황제가 중국 상하이에 있는 독일계 은행에 예치한 내탕금을 1908년 일제에 의해 탈취당했음을 밝히고 헐버트가 내탕금을 찾기 위해 벌인 분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내탕금의 실체를 드러내면서, 그것을 되찾아 고종 황제의 100년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밖에도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이은의 생애를 다룬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나 44년 고종 통치기를 해부한 <고종, 44년의 비원>. 일본의 양심 있는 지성이 들려주는 생생한 일본의 근현대사 <쇼와사> 등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오늘 이 시간을 계기로 잊고 싶지만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 경술국치를 책을 통해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유익하고 즐거운 책 소개해 주신 김성신씨,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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