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년 전부터 휴가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름을 바다나 수영장이 아닌 록페스티벌에서 보내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즐거움이 있기에 휴가를 이 곳에서 보내는지 궁금한데요.
오늘 이 시간 도움 말씀 주기 위해 이종민 대중음악평론가 나와 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Q1> 여름은 록페스티벌 시즌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페스티벌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록페스티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1> 정확히 우리나라 최초의 록페스티벌은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입니다. 딥 퍼플(Deep Purple),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등 지금도 명성이 자자한 해외 유명 록 밴드들이 참가했는데요. 아쉽게도 이틀간 열리기로 했던 일정에 집중 폭우가 쏟아져 첫날 공연만 하고 취소가 됐었습니다. 이후 2000년에도 <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을 개최하려 했지만, 티켓판매 저조로 중단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같은 해에 <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이 만들어지면서 대신합니다. 트라이포트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음악 페스티벌이 흔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귀한 존재였죠.
이후 대형 록 페스티벌은 다시 송도에서 6년 만에 2006년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을 통해 부활하게 됩니다. 플라시보(Placebo)는 물론이고 작년 빌보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린 블랙아이드피즈(Black Eyed Peas) 등을 갖춘 화려한 라인업은 대중의 입맛을 당기며 성공하였고, 올해 여름에도 개최되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펜타포트를 통해 대형 페스티벌의 물꼬가 트이게 되자, 국내에는 여러 페스티벌이 생기게 되는데요. 올해 가장 큰 흥행을 일으켰던 < 지산 록 페스티벌 >은 물론 <비바 코리아 락페스티벌>, < 동두천 록 페스티벌 >, <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 > 같은 매년 페스티벌의 숫자가 들어나 올해만 해도 10여 개 정도의 록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Q2> 록페스티벌이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서 음악 산업에도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적인 경제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A2> 국내의 대표적 두 대형 페스티벌인 펜타포트와 지산의 경우 보도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300억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산은 티켓 판매가 80%에 육박하면서 400억 이상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이런 경제적 효과를 단순히 수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티켓 비를 빼도 지역 내 고용효과, 숙박업소, 음식점, 은행, 교통시설, 주차공간까지 함께 매출이 뛰는 효과가 있는데요. 이것처럼 대부분이 지역과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해외 뮤지션을 통한 지역 이름이 세계적으로 홍보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광고 효과 부분에서만 봐도 무궁무진하거든요. 분명히 한국의 지역 발전과 국내 음악 시장에 록페스티벌이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Q3> 록페스티벌의 관심사 중 하나가
“올해는 어떤 밴드가 내한할까?” 하는 것인데요.
이번 여름에도 펫샵보이즈, 뮤즈 같은 대형스타들이 공연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출연료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A3> 예. 언제나 그렇듯 꿈에 그리던 스타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일단, 대형 스타가 출연함으로써 얻어지는 티켓 파워는 대단합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헤드라이너가 누구냐에 따라 록페스티벌의 흥행이 좌지우지될 정도니까요. 그 어떤 훌륭한 장소와 음향시설을 갖췄다고 해도, 헤드라이너가 부실하다면 흥행을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록페스티벌의 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반해 단점도 있는데요. 대형 스타의 출연료만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갑니다. 공연의 마지막을 달굴 헤드라이너들의 몸값만 합쳐도 수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것조차 옆 나라 일본에서 잡힌 공연 일정에 맞춰서 와 주는 방식인데도 그렇습니다. 높은 몸값은 비싼 티켓 값으로 이어지는 결과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도 좋은 밴드가 많은데 페스티벌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펜타포트나 지산밸리 페스티벌에도 헤드라이너 시간대를 차지한 것이 다 외국 밴드들의 공연이었습니다. 보기 힘든 외국 밴드를 우대해주는 것도 좋지만 일방적인 해바라기식 보다는 대등하고 자립적인 위치에서 페스티벌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라이브 뮤지션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바로 비바 코리아 록 페스티벌인데요.
뜨거웠던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Q4> 이번, 비바 코리아 록 페스티벌은 강원도 홍천에서 열렸습니다.
대형 록페스티벌은 거의 지역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4> 먼저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여러 무대를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록페스티벌은 보통 2개의 무대가 동시에 올라가는 편이거든요. 자유분방한 록 음악을 마음껏 듣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넓은 부지를 가질 수 있는 장소여야 합니다.
또한, 록페스티벌은 단순히 음악만을 듣는 곳이 아닙니다. 주변 자연과 어울려 놀기도 하죠. 보통 3일 정도의 공연을 진행하기 때문에, 캠핑하며 즐기는, 하나의 레저 문화로 불리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실제로 많은 분이 여름 휴가지를 록페스티벌로 잡기도 하고요.
Q5> 화면을 보면서 젊은이들의 일탈과 열정이 느껴졌는데요.
아직 록페스티벌에 가보지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축제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 말해주세요.
A5> 가장 중요한 질문인 거 같아요. 국내의 대표적 록페스티벌들은 대부분 여름에 열립니다. 이 말인즉슨, 비를 피할 수 없는 시기라는 얘기인데요. 그래서 잠시 짓궂은 날씨에도 편안한 관람을 위해서는 장화와 우의가 필수입니다. 또한, 페스티벌은 단순히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닌, 주변 경치와 어울리며 노는 잔치의 한마당입니다. 대부분의 행사가 관중에게 쉼터를 위한 잔디밭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장시간 머무시는 분들이라면 돗자리 또한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겠죠. 기본적으로 음악을 듣고 노는 곳이기 때문에 한 번은 듣고 가면 더욱 좋습니다. 뮤지션들 목록을 확인했다면, 나름대로의 예상 공연곡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실제로 각종 각종 커뮤니티에서 셋리스트나 떼창 포인트를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록페스티벌이 멋진 점은 가수와 관객 할 것 없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비바 코리아 록페스티벌에 대한민국을 대표 밴드에 도전하는 아마추어 밴드 팀들이 있어 만나봤는데요.
함께 보시죠!
실력은 아마추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 않습니다.
더 큰 무대에 선 모습 기대해보겠습니다.
Q6> 최근 인디음악이 대중음악의 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록페스티벌의 출연 명단을 보니까 상당히 인디밴드들이 많은데요.
이런 페스티벌의 발전이 인디 음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은데, 어떻습니까?
A6> 물론입니다. 사실 록 마니아들이라면 한번 쯤 홍대 라이브 클럽에 가서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본 경험들이 있을 텐데요. 그렇다 해도 이게 지속적인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홍대에 클럽들이 많아지면서 그 수많은 공연을 다 찾아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인디 밴드들은 오랜만에 관중에게 본인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며, 관람객들은 조금 소원해질 수 있는 인디 음악에 다시 한 번 관심을 둘 수 있는 자리입니다. 실제로 2006년 이후에 록페스티벌이 생기면서 인디음악이 예전보다 활성화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가수들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만 활동을 했지만 요즘에는 공연이나 페스티벌, 음반으로도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이 많습니다.
Q7> 외국의 경우에는 육?칠십 년대부터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페스티벌들이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음악 페스티벌은 어떤 것이 있나요?
A7> 아쉽게도 여름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라 대부분의 록페스티벌이 끝난 상태입니다. 대신 좀 더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있는데요.
일렉트로닉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 글로벌 개더링 >이 10월 9일에 열리고요.
매년 재즈 마니아들 설레게 하는 <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 10월 14일부터 4일 동안 개최됩니다.
국내 메이저와 인디 뮤지션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구성된 <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이 10월 23일, 24일에 열립니다. 가을에도 많은 페스티벌들이 음악 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8> 과유불급이라고 하죠.
페스티벌이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최근에 너무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A8> 염려되는 부분은 페스티벌의 수명입니다. 현재 국내에 개최되는 페스티벌들의 역사가 대부분 5년이 채 안 됐거든요. 특히 페스티벌을 찾는 국내 음악팬들의 수요층이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몇몇 성향이 비슷한 축제들의 경우 조금은 내년의 존폐가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페스티벌의 노하우입니다. 올해 개최된 대형 페스티벌에서도 음향 사고가 나는 등 경험 부족 때문에 매끄러운 진행이 되지는 못했거든요. 고가의 티켓을 지급한 관객들에게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9> 영국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있고요.
일본에는 후지락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록페스티벌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9> 록페스티벌을 단순히 하나의 공연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축제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와 지역 이미지 개선 등 음악 외적으로 연관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해당 지자체의 충분한 지원이 가장 우선이며, 무엇보다도 꾸준하게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개최의 지속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 자리해주신 이종민 대중음악평론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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