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고전 명작영화를 연속 상영하는 '100일 영화제'가 막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열렸는데요, 박희준 KTV 캠퍼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실버영화관입니다.
'추억을 파는 극장'으로 잘 알려진 실버영화관은 지난 2009년 1월 문을 열어 2년 9개월 만인 지난달 말 관객 3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100일 영화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영화제 첫 상영작은 1966년 제작된 아누크 에메 주연의 "남과 여"입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300석의 좌석을 거의 채운 관객들은 삭제없는 오리지널 필름에 빠지며 추억을 더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한 폭의 수채화같은 영상과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멜로디에 나이지긋한 관객들은 이내 감회에 빠져듭니다.
내년 2월 9일까지 계속되는 '100영화제'에는 "고교얄개", "오싱" 등의 한국영화 3편과 "닥터 지바고" "사운드오브뮤직", "빠삐용"등 외화 12편 등 , 모두 15편의 고전 명작영화가 상영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영화를 보는 순간 관객들은 대부분 40~50년전으로 되돌아가 젊음의 추억을 더듬어봤기 때문입니다.
남금희(74) 경기도 부천시
“사랑하는 사람의 환영을 가지고 산다는 거, 얼마나 힘이 되고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마음은 똑같거든, 젊은 사람이랑 너무 감명깊었습니다.”
고이슨 홍(69) 미국 LA
“우리가 다시 젊어진 기분이예요. 우리가 20대, 10대 후반, 20대에 나왔던 영화거든요. 친구가 이런 좋은 영화가 있다고 해서 말이에요, 진짜 아주 좋네요. 아주 흥분되요. (한국에) 계속 좀 있으려고요.“
100일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관객들을 위한 7080세대 공연이 펼쳐집니다.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선 공연단의 연주에 따라 관객들도 한껏 흥이 오릅니다.
100일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다른 점은 100여명의 진행요원이 모두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이라는 점입니다.
진행요원들이 직접 준비한 간식을 관객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남궁예자(64)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이 영화보고 나오시면 맛있는 떡과 과자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이 오시길 바랍니다.“
영화제 홍보를 위해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보다는 신문에 광고를 내거나 직접 전단지를 돌리는 아날로그식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입장료 2천원으로 실버영화관을 경영하기는 너무나 벅찹니다.
필름을 2년동안 빌리는데 한 편당 4천만원이 들어가다보니 입장료로는 실버영화관의 적자를 벗어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김은주 대표 / 실버영화관
“어르신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행복해 하실까, 저도 그 행복함을 보면서 이 일을 하기 때문에, 거기 어떤 숫자의 논리가 들어가면 그런 일들을 못해요.”
정말 좋은 영화를 하려다 보니까 실은 저희가 예산이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정말 의미 있는 기부, 정말 묻지마 기부가 아니라, 이유가 있는 기부. 그리고 기부를 해 줬을 때 우리가 정말 열심히 헌신적으로 그 예산을 잘 써서 어르신들에게 행복감을 드릴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가고 싶은 것이 제 희망입니다.
100일 영화제는 노령층을 위한 조그만 문화적 배려에 불과합니다.
주변에는 소일거리가 없어 공원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우리 사회는 노인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문화욕구충족에 목말라하는 실버세대를 위한 다양한 문화 공간의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캠퍼스 리포트 박희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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