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국민방송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영연방 4개국' 6.25 참전용사와 가족이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요.

유해가 돼 부산 UN기념공원에 형과 함께 안장된 참전용사 아치볼드 허시씨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강필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캐나다 참전용사 아치볼드 허시와 그의 형 조지프 허시씨.

두 형제의 특별한 이야기는 6.25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캐나다 청년 아치볼드는 이름도 낯선 머나먼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군에 자원 입대합니다.

그 이듬해 형 조지프도 동생이 걱정돼 직장을 그만두고 동생 몰래 자원입대합니다.

조지프는 동생이 있는 프린세스 패트리셔 경보병연대에 배치되지만 계속되는 전투 속에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두 형제의 극적인 만남은 1951년 10월 형 조지프가 총상을 입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야 이뤄집니다.

동생은 그때서야 형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참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형은 1951년 10월 부산 UN기념공원에 안장됐고 동생은 전쟁이 끝나자 형의 유품을 안고 고국 캐나다로 돌아갑니다.

캐나다에 돌아가서도 전사한 형을 무척 그리워 한 아치볼드.

자신 때문에 형이 군에 입대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의 영화와 같은 형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형을 그리워한 동생은 60여 년만에 유해가 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유골함에 담겨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치볼드.

지난해 사망한 그는 '한국에 있는 형 옆에 함께 눕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가족들은 그의 유해를 가슴에 안고 6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왔습니다.

데비/故 아치볼드 허시씨 딸

(지난 2009년 아버지 대신 한국을 방문해) 큰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 갔습니다. 저는 많은 사진을 찍어 캐나다로 돌아가 아버지께 보여드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름다운 곳'이라며 형과 함께 묻히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25일 거행된 두 형제의 유해 합장식.

합장식은 캐나다 의식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졌습니다.

국가보훈처의 주최로 실시된 허시 형제의 추모식에는 캐나다 참전용사 대표들과 캐나다 대사가 함께 참석해 헌화와 묵념으로 이들 형제의 넋을 기렸습니다.

형제의 안타까운 만남을 하늘도 가슴 아파하듯 합장식 내내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목숨을 바쳐 싸웠던 허시 형제는 그렇게 UN묘지에 나란히 묻혔습니다.

박승춘 처장 /국가보훈처

"대한민국을 지켜준 형제분에 대해서 정부가 최상의 예우를 다해서 이런 행사를 한 것이고 UN군과 미군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켜줬는 지를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허시 형제가 함께 안장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보훈처가 지난 1979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UN군 재방한 행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치볼드 허시씨의 가족이 함께 한 이번 행사엔 캐나다와 영국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와 가족 200여 명도 초청됐습니다.

이들은 전쟁기념관 등 안보현장을 둘러보며 그 때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6.25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백발의 노병.

때묻은 사진과 물건을 찬찬히 응시하며 가슴에 묻어둔 기억을 하나 하나 꺼집어 냅니다.

클라우데 페팃 / 캐나다 참전용사

“대부분 20세 이하였습니다. 저도 16세로 아주 어린 나이였습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은 전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기념관에 새겨진 6.25 참전용사 명단에서 전우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워하기도 합니다.

전우와 함께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과 옛 한국의 모습을 상기하며 대한민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자부심을 느낌니다.

로버트 모어 / 캐나다 참전용사

“사람들이 거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했습니까? 저는 모두가 한국경제를 발전시키는데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6.25전쟁기간 동안 21개국 연인원 180여 만 명이 참전했습니다.

현재 생존한 참전용사는 60여 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2만 9천여 명이 재방한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했습니다.

보훈처의 UN군 재방한 행사는 참전국과 우리나라의 우의를 더욱 두텁게 하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억하고 보답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KTV 강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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