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월남전과 6.25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당시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전시상황에서 더욱 절박하고 애틋했던 가족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요.
김유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49년 전 스물한살의 앳된 나이에 월남전에 참전했던 고영근 씨.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곁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와 고향에 두고온 가족생각 뿐이었습니다.
고영근 (66세), 서울시 신월동
“전투할 땐 몰라요. 그런데 야간에 매복 설 때 잔잔한 냇가에 물 흐르는 걸 보면서 모든 게 적막하고 고요할 때 왜 그렇게 고향생각이 나는지. 너무나 그립고 애처롭고 그랬어요.”
1964년부터 8년8개월동안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은 무려 32만명.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장에서 병사들은 한 장 편지로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이 곳 월남 땅에 많은 한국 청년이 모두 같을 거요. 나와 당신만이 격는 수난이 아닌 이상 남들이 참아 이겨내는 고통을 우리라고 못할게 뭐겠오'
집으로 수당을 송금하며 전선에서도 가정사를 챙기는 자상한 남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전세 35,000원 등 전부 십일만원 정도 되는 군요. 나는 이번 달에 여기서 10,530원 정도 썼어요. 다음부터는 좀 더 보내려 한다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의 불법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
동족상잔의 비극을 몰고온 이 전쟁은 3년동안 170여만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신명현 (70세), 서울시 화곡동
“비행기 폭격 때문에 매일 들판으로 산으로 흰 옷 입고 피난을 가요. 동네주민들은. 그럼 비행기도 폭격을 안 하는 거죠. 그걸 알다보니 (북한군도) 흰 옷 입고 같이 피난을 가는 척 하는 거예요. 정보를 다 캐는 거죠. 말하자면.”
하지만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에서도 병사들은 자신보다 오로지 가족들의 안부를 먼저 물었습니다.
'병모(장모)의 염려 덕택으로 잘 지내고 있으며 맡은바 군 복무에 노력하고 있으니, 저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말아 주십시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전쟁의 긴박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전선에서 보내온 편지들.
참혹했지만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KTV 김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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