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익어가는 가을철.
햇살 아래 모든 기운이 영글어가는 이때.
영산강 끝자락에 위치한 전남 장성의 한 딸기밭은 풀내음이 가득, 수상하리만치 푸르다.
때로는 온실이 화실로 변하는 공간.
여기 행복을 말하는 농사꾼이 있다.
-그림 그리는 농부 정재근 씨.
그가 딸기밭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시골마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섯 동의 비닐하우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곳.
이곳 풀향기농원의 대표이자 1000평의 딸기밭을 책임지고 있는 재근 씨.
지난 태풍에 벗겨진 하우스 지붕을 손보는 일쯤은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베테랑 농부.
그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건 10년 전 일이다.
-그렇다.
귀농화가.
재근 씨를 표현하는 적당한 단어.
도망자에서 귀농인으로.
딸기밭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작품활동을 하는 화가이자 딸기농사꾼.
하우스 안의 그림들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의뢰받은 그림이 아니더라도 자연 속에서 살다 보니 자연히 풍경화를 자주 그리게 되었단다.
사업 실패 속에 택한 귀농.
그때나 지금이나 아내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딸 셋의 부모이기도 한 두 사람에게 이곳은 삶의 터전.
-준비 없이 엉겁결에 시작한 터라
귀농 초기에는 고생도 많았다.
-농업교육을 찾아다니며 몸으로 배워 익힌 딸기농법.
불과 5년 만에 박사가 되었다.
-강남에서 화랑을 운영하던 그가
도산하면서 막연히 택한 귀농.
도피처였던 이곳에서 재근 씨의 가족은 회생했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재근 씨.
농원에 자리한 컨테이너박스는 열린 화실.
-14살에서부터 41살.
지적장애우들에게 화가인 재근 씨는 그림교육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농원을 찾으면서 장애우들의 얼굴도 그림도 밝아졌다.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은 어느새 텃밭으로 연장된다.
-여사님, 이쪽으로 와.
-장애우들이 직접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금은 이들의 몫으로 제공되는데.
-정재근 선생님.
-왜요?
-받은 도움을 갚아나간다는 농사꾼.
그가 농원에 마련한 텃밭과 미술교육은 재근 씨에게도 장애우들에게도 보람찬 즐거움 그 자체다.
-자연에서 나눔을 배웠고 가진 것에서 그대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재근 씨다.
오늘은 장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현장에서 주고받는 농업의 대소사.
-센터에서 소장님이나 과장님들, 또 계장님들이 도우셔서.
-곳곳에서의 도움과 관심이 지금을 만들었다.
농원의 딸기는 온라인 판매를 통한 직거래.
홈페이지 회원만 1200명에 달할 정도가 되었다.
-늦은 저녁.
재근 씨가 속한 들녘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이 모였다.
틈이 나는 대로 농법을 교류하고 수익금 일부는 좋은 곳에 쓰고 있는 사람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단합.
서로 상생하며 윈윈하는 시간이다.
-마을 공동체생활에서 한 걸음 나아간 사회적 농업.
이들의 화합은 밤 깊이 계속되고.
잠을 청하기 전 딸기 모종을 체크하는 것으로 재근 씨의 긴 하루도 끝이 났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마을 길을 쓸고 있는 재근 씨.
-아침을 여는 동네 청소.
마을에 뿌리 내리면서 시작한 이 작은 행동의 결과는 마을 주민과 그를 하나로 만들었다.
부지런한 재근 씨가 또 길을 서두른다.
-역시나 재능기부다.
일주일에 한 번 재근 씨는 지역보건소의 정신보건센터에서 미술을 가르친다.
-10년의 세월.
도피처로 택한 귀농이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으로 발전하기까지.
그가 택한 키워드는 어쩌면 베풂, 이것이 아닐까.
-부부가 서로를 다독이며 걷는 산책길.
비로소 행복을 말한다.
-사회적 책임과 안전한 농산물 생산 의식을 가진 친환경농업은 이제 21세기 귀농시대와 맞물려 한 번 더 진화하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생명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
이유 있는 재능기부의 열풍.
나눔실천이라는 사회적 농업은 지자체에서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딸기향내에서 행복을 찾은 귀농화가.
이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며 그 안에서 더 큰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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