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난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에선, 노년기에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해진 이 '노후난민'들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계부채 900조원 가운데 고령층의 생계형 빚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표윤신 기자, 어서 오세요.
우선 고령층의 부채 문제, 어느 정도 심각한 건가요?
네, 직업 전선에서 물러나면서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나본 60대 어르신 역시 전형적인 중산층 가장이었습니다.
올해 예순 여섯인 김창세 씨는 지난달부터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운영했던 슈퍼마켓이 골목마다 들어온 편의점에 밀려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퇴직금이나 연금이 없다 보니까 생활비를 위해 일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담보대출을 받아 전세로 세줬던 집을 월세로 돌렸습니다.
김창세 (66)
"가정 집 조그만한 거 세놓고 대출 받았는데 전세금이 많이 끼어 있으니까 일반 은행에서는 해주지도 않아요. 제2금융권이나 마을금고에서 대출 받는 수 밖에 없지요."
채무조정이나 워크아웃을 돕는 신용회복위원회.
이곳에도 고령 채무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올해 예순 다섯살인 이 모 씨는 생활비 때문에 카드빚 3천 만원을 졌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 가게 문을 닫은 데다, 취업이 안 된 아들의 대학원 비용까지 대야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 씨 (66)
"전혀 수입이 없었지. (아들은) 아직도 학자금도 있으니까 세 식구가 다 빚쟁이라…"
이렇게 장년층의 생계형 대출이 늘면서, 가계대출에서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과 비교했을 때 10% 넘게 증가해, 전체 대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은퇴 나이는 쉰 세 살.
고령 채무자들의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만큼, 채무 상환에 대한 위험성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버는 돈 대비 얼마나 빚이 많은가를 나타내는 게 바로 경상소득대비 상환액인데요.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1년 사이에 특히 60대 층에서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고연령층 같은 경우는 평생 모아 놓은 자산이 있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위험성이 크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떻습니까?
네, 노후에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자산이라고 하면 바로 부동산이겠죠.
하지만 그 만큼 부동산을 통해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고령층도 많다는 게 문젭니다.
6억 원 이상 고가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의 대출일 정도로, 이제 막 집을 산 젊은층 못지 않게 고연령층에게도 주택담보 대출은 일반적입니다.
고령층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생계를 위한 대출 비중은 56%로, 전 연령층 평균인 42%를 훌쩍 뛰어 넘습니다.
최근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하우스 푸어'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경우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일시 상환의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만기가 닥쳤을 때 원금을 못 갚을 수 있는 위험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네, 고연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요.
우리보다 더 일찍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선진국들은 어떤가요?
네,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발달된 연금 제도가 노후 빈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0년이 돼서야 연금제도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요.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넣는다고 해도 아직 소득대체율의 48%에 머물러서, OECD 국가 평균인 68.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지난달 호주 금융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금지수는 44.7점으로, 1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16위에 머물렀습니다.
1위를 차지한 덴마크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성적입니다.
국민연금이 차츰 체계를 잡아가고 있지만, 체계적인 연금을 쌓지 못한 장년층은 노후가 불안할 수 밖에 없겠네요.
네, 연금제도와 함께 경제활동을 시작한 현재의 40대까지는 모르겠지만, 퇴직을 눈앞에 둔 50대 베이비붐 세대는 고령층 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김영도 연구위원 / 금융연구원
"50대의 경우 퇴직 등으로 인해 소득창출능력이 급격히 감소하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부채문제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고령층의 부채 문제는 언뜻 눈으로 보이지 않다 보니 그 심각성을 체감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위험한 뇌관이 될 징후가 보이는 만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잘 대응해서, 한국판 '노후난민'의 발생은 막아야겠습니다.
표윤신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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