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일흔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 3년 만에 시집을 낸 할머니가 있어 화제입니다.
바로 치자꽃 할머니 진효임씨인데요.
'고희'를 넘긴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첫 편지에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지은 캠퍼스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아무도 몰라주는 곳에서도 향기는 피어납니다.? 7월 햇살로 피었다가 긴 장마 견뎌내고 지는 꽃,"
지난 8월 일흔에 한글을 배워 3년 만에 첫 시집을 낸 진효임 할머니의 치자꽃 향기입니다.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진학한 소녀는 단 두 명.
전쟁과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도 배움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진효임 (73) / 시인
"애들 다 키우고.. 근데 제일 힘들었을 때가 애들이 학교 갔을 때 가서 내가 서류써야 되잖아. 내가 할 수가 없잖아."
우리나이 일흔에 용기 내어 노인복지관 한글교실 문을 두드린지 2 개월.
할머니는 처음으로 한글 받아쓰기 100점을 맞았습니다.
이 때의 흥분이 진할머니로 하여금 마음속에 쌓인 기억을 매일 한 두편씩 공책에 적게 했습니다.
넉두리 하듯 써 내려간 글이 3년 여 만에 100여 편.
그 속에는 6남매 엄마로 살아온 고된 세월과 절절한 자식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할머니의 시 단골 소재 중 하나인 남편 박만득 할아버지는 틀린 받침을 고쳐주는 깐깐한 선생님이지만 매일 커피를 타주며 50년 세월을 함께 한 할머니의 영원한 팬입니다.
박만득 (80) / 진효임 할머니 남편
"다 100점이잖아. 그것보다 더 자랑할 게 없잖아. 그래서 어우 잘하네…그랬지."
할머니의 고단했던 삶이 묻어난 시는 같은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힘과 용기를 줍니다.
조규택 / 경비원
"할머니 시집을 끝까지 읽어보고 여러가지 자신감을 얻고... 노력하면 뭐라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효임(73) / 시인
"내가 살아 있을 때 한 자라도 배워가지고 나같이 모르는 사람들한테 도움이 된다면..내가 할 수 없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겠다."
시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 진효임 할머니는 벌써 두번 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 요즘? 평범한 70대 할머니가 쓴 진솔한 시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캠퍼스 리포트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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