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 할머니들이 시집를 출간해 화제입니다.
농사일을 하면서 얻은 생생한 체험과 삶의 고단함이 그대로 시로 쓰여져 감동이 더 하다고 합니다.
유정순 시니어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농사 일을 하면서 노인들을 위해 설립한 행복학교에서 깨친 한글로 쓴 시 200여편으로 시집을출간했습니다.
날보고 시를 쓰라고" 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낸 24명의 할머니들.
평균나이는 79세.
10년전 행복학교가 개교할때 7명이던 학생이 지금은 70명이나 됩니다.
요즘도 옥천군 안내면에서는 셔틀버스로 면의 6개 동네를 돌며 할머니 학생들의 통학을 도울 정도로 할머니들의 시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윤옥분 / 충북 옥천군
"시 공부를 하면서 참 잘 가르치시고 똑똑한 선생님들을 만나서 아주 생각도 못했던 시라는 걸 배웠기 때문에 너무너무 좋지요."
'죽을 때까지 시나 쓰라고 하면 소원이 없겠어유.'
'나는 화요일에 시 공부할 때가 제일 행복한거 같혀'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민병용 교장 / 충북 옥천 행복학교
"모르던 한글도 배우고 그러니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디가도 항상 밝고 또 마음도 넓어지고 그러다보니까 아마 이 분들이 생활에서는 안 오시는 분보다는 더 폭 넓게 생각하고 살고 계시고…"
문자없는 세계의 공포와 숨막힘으로 부터 해방되는 순간의 감동도 바로 시가 됐습니다.
칠십년을 어둡게 살다 글도 배우고 시도 읽고.
선상님 만나 더듬더듬 시를 지어보며 외로움을 말끔히 씻어내니 한량 없는 맘 오늘 죽어도 한이 없다.
날 보고 시를 쓰라고 모 심고 물도 대야지 깻구멍도 뚫어야 하는디 감자꽃 보다 다시 생각나 공책에 한 줄 적고 꽃보고 ...시보고... 나보고...자꾸자꾸 보니 마음 밭이 참 풍년이네.
학교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먼발치로 바라보며 어깨너머로 배운 글이 다였던 그 들.
할머니들이 마음에 담고있던 진심은 글로남아 가훈이되어 자손들의 마음에 새겨집니다.
말없이 떠나가는 금소 바라보며 한없이 서글픈 마음....
윤옥분할머니에게 소는 금소입니다.
그러나 소값이 폭락해 싼값에 팔려가는 소를 바라보며 안타깝고 쓰린 마음을 달래며 한편의 시를 만들어 냅니다
무더운 여름날!
일찍 들깨밭에서 풀을 매네 땀은 뚝뚝 떨어지는데 알아주는 사람 하나없네.
집앞에 홀로 핀 봉숭아 꽃 절구통에 물 먹는 한마리의 새 나도 너와 같구나.
꽃도 나도 다.
이복순 할머니 시에서는 진솔함이 묻어납니다..
이 순박한 시골 할머니의 가슴속에 맺힌 한과 푸념이 어느덧 시가 되어 실타래처럼 풀려나옵니다.
부지깽이 노랫가락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KTV 시니어 리포트 유정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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