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정부는 입양아들의 인권을 강화하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에 서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이연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지난 1972년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된 제인 정 트랜카씨.
1995년 한국에 왔고 친부모가 먼저 연락을 취해와 운 좋게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양아들은 가족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제인 정 트랜카 / 1972년 미국 입양
“(입양기관들은 출생정보를) 입양인에게 많이 숨기고, 절대 친부모에게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행히 한국 어머니가 저를 찾았습니다.”
더구나 민간기관에서 관리하다보니 출생정보가 훼손되는 경우도 있어 가족을 찾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캐롤라인(가명) / 입양아
"10 년 전부터 가족찾기를 시도했지만 서류에는 제가 고아로 처리됐기 때문에 친부모에 대한 자료는 없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전쟁고아가 급증하자 당시 정부는 해결책으로 해외 입양을 선택했습니다.
1958년부터 2011년까지 16만 5천 명의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이는 국내와 해외 전체 입양자 24만 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당시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 해 천 명이 넘는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해외 입양은 줄어들지 않고, 입양자들은 친부모를 찾기 힘든걸까?
원인은 바로 우리나라 입양정책에 있습니다.
지난해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 60년 동안 입양기관인 민간단체가 입양 전반적인 절차를 담당했습니다.
가정법원 허가가 의무로 도입되기 전이어서 입양기관들은 친가족등 출생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의무가 없었고, 시스템도 부족했습니다.
김도현 원장 / 뿌리의 집(해외입양지원단체)
"입양하는 나라 형편에 서류를 맞춰서 조작해온 관행이 오랫동안 진행됐고, 그런 점에서 조작, 훼손, 이런 것들이 공공연하게 전개돼 왔습니다."
여기에다 입양아동이 태어난 국가에서 자랄 권리를 명시하지 않고 있어 해외 입양에 특별한 제재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헤이그국제아동입양 협약에 서명함에 따라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국제아동입양 협약의 핵심은 원가정 우선원칙입니다.
아동은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야 합니다.
불가능할 경우 국내 입양을, 이마저도 힘들면 최후의 선택이 바로 해외 입양인겁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무분별한 해외 입양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현주 팀장 / 보건복지부 입양특별대책팀
"(지금까지는) 아이를 낳은 친생부모가 입양동의서만 써주면 입양대상 아동이 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 입양대상 여부가 보다 엄격하게 아동의 권리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또 입양과 관련된 모든 절차 주체가 민간기관에서 정부로 바뀝니다.
입양관련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돼 자료훼손이 줄어들고, 입양자들이 친가족을 찾는 것도 훨씬 수월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관련 협약에 서명했다고 바로 가입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가 이행법안안을 마련해야 하고, 입양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 적어도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원가정 우선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입양비율이 높은 미혼모 가정 지원을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KTV 이연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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