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전쟁 정전 육십년이 되는 해인데요.
80을 훌쩍 넘긴 한 노병이 자신의 한국전쟁 경험을 되살려 참전수기를 써 화제입니다.
취재에 오은빈 국민기잡니다.
차라리 포탄에 맞아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스물세 살, 전쟁은 죽음보다 더한 지옥 같았다.
지난 6월 올해 여든 여섯의 정준효 할아버지가 쓴 한국전쟁 참전 수기집의 내용 중 일붑니다.
1947년 12월 혈기왕성했던 이십대 병사는 어느덧 미수를 바라보고 있는 노병이 됐습니다.
인터뷰> 정준효 (86세) / 6·25전쟁 참전용사
*말자막
"천안함 사건 후에 우리 국민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더라고…"
저자는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싸웠던 격전지를 다시 찾았고 일본도 세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침침한 눈이지만 삼년이 넘는 집필기간 동안 지형도까지 직접 그려가며 이천 장이 넘는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전쟁이 처절했던 기억들 때문에 글을 쓰다가 눈물로 밤을 지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할아버지의 방 한편에는 참고했던 문헌과 수없이 원고를 고치는 바람에 쌓인 원고지들이 수북합니다.
인터뷰> 정준효 (86세) / 6·25전쟁 참전용사
*말자막
"대한민국 군인 중에 총 3번 맞은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어요."
세번의 총상 자국도 이제는 흐릿해졌지만 숨진 전우들의 모습과 어릴 적 함께 자랐던 이웃집 동생의 죽음을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눈가를 적십니다.
인터뷰> 정준효 (86세) / 6·25전쟁 참전용사
*말자막
"친구 어머니께서 날 보고 얼마나 우시는지, “왜 너 혼자 살아 돌아왔냐”고 물으시는데 차마 같이 있었다고 말은 못했어요."
얼마 남지 않은 삶일지라도 방공교육을 다니며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정 할아버지.
자신이 다시 전장에 나가야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총을 잡겠다는 노병의 다짐은 우리의 마음까지 뜨겁게 합니다.
국민리포트 오은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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