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그동안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일가에게 하나같이 집행유예가 선고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사회적 비난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최근 들어 사법부가 기업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강경한 판결을 이어가며 유전무죄 무전유죄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신우섭 기자입니다.
[기사내용]
신우섭 기자 / isswoo@korea.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모두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오너들이죠.
이들 회장님들에게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배임과 조세포탈, 횡령, 분식회계 등 경제 범죄를 저질렀고, 하나같이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특별사면됐고 단 하루도 수감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전무죄라는 공식이 꼭 들어맞는 재벌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원이 그동안 이들 재벌총수들에게 관행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것.
하지만 친기업 정책의 표본인 미국에서도 이런 봐주기 판결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통신회사 월드컴의 최고경영자 버나드 에버스와 에너지 기업 엔론의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은 각각 징역25년과 24년 4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를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판단해 어떤 범죄보다 무거운 형을 내려 기업 투명경영을 유지하는 겁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에 대한 사회적비난이 끊이지 않자, 우리나라도 2010년에 접어들며 법원 판단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4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SK 최태원 회장 징역 4년.
1500억원 대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CJ 이재현 회장 구속 후 집행정지.
2000억 원이 넘는 기업어음을 사기 발행한 구자원 LIG 회장 징역 3년.
3200억 원을 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한화 김승연 회장 징역 3년.
2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4년까지.
재벌총수에게 관행처럼 내려졌던 집행유예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겁니다.
뿐만아니라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 이선애 상무, 구자원 LIG 회장의 아들 구본상 부회장과 구본엽 부사장이 함께 구속되며 부모 형제는 같이 감옥에 보내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없어졌습니다.
법원이 피해자 양산 등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범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겁니다.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한 피고인 수는 2006년 668명에서 2011년 1078명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경제범죄를 이해해달라는 총수와 대주주들의 안일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TV 신우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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