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예의 근간을 마련한 일중 고 김충현 선생의 서풍을 현판글씨를 통해 한자리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정우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내용]
20세기 우리나라 서예를 대표하는 거목, 일중 김충현 선생의 현판글씨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입니다.
'서예가 건축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일중선생기념회가 마련한 이번 전시회에는 현판 실물 28점을 비롯해 탁본과 사진 등 47점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현숙 기획/ 열화당 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국에 있는 (김충현 선생의) 현판을 다 모아서 그 분의 현판이라는 한 분야의 예술세계에 대해서 한번 조명을 해보자는 취지로 전시가 기획됐습니다. 역사 속에서 일중 선생님의 현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부는 사당과 서원 현판, 지인에게 써준 현판 등 사적인 인연으로 쓴 작품들로, 2부는 공식요청에 의해 쓴 궁궐, 사찰, 유적지, 공공건축물의 현판 작품들로 구성됐습니다.
일중의 예서 글씨 가운데 가장 독특한 이 작품은 지난 1983년 제자인 초정 권창륜의 집 당호로 써 줬습니다.
김충현 선생이 취기로 쓴 이 글씨는 글자간격이 촘촘하면서도 네 글자의 대소와 장단, 여백이 변화무쌍함을 보여줍니다.
천왕문 4행 주련입니다.
예서에 능한 김충현 선생의 노련미와 원숙미를 잘 보여주는 이 글씨는 전북 부안 내소사의천왕문을 받치는 네 기둥에 걸려 있습니다.
이 글씨는 김충현 선생의 아우인 김창현 선생이 천중절인 단오에 태어난 조카 김단희를 위해 붙여준 당호를 쓴 겁니다.
화려하면서도 세련되고 안정감이 있으면서 힘차고 부드러움이 돋보입니다.
인터뷰> 김단희 서예가 / 고 김충현 선생 장녀
"옛날 법첩을 기초부터 가르치시면서 어느 정도 되면은 자신의 글씨를 쓰지, 당신의 글씨를 닮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자기대로의 어떤 작품세계를 열어가게 지침을 주시고 교육을 하셨던 것 같아요."
'개구리 소리를 듣는 집이다.'라는 뜻의 '청와헌'과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욕심을 없애고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청와무욕'은 1980년대 유려하면서 우아함이 무르익은 일중 선생의 글씨 품격을 잘 보여줍니다.
이 밖에도 조순 전 서울시장 강릉 생가에 붙여준 당호 '소천서사'와 파격적인 예서의 멋이 풍기는 '석농' 그리고 한글로 쓴 '독립기념관'은 실물사진으로 선보였습니다.
일중 선생이 일생의 영광으로 삼았다는 경복궁 '건춘문'과 '영추문' 그리고 탁본으로 보는 간송미술관, 원효대교, 한강대교도 눈길을 끕니다.
인터뷰> 최혁 (70)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글씨도 좋고 글도 좋고 이런 좋은 남기신 유산이 젊은 세대들게도 잘 전달이 돼 우리 역사관과 예술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해하고 앞으로 전래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시회에 쏠리는 관심도 커서 주 중에는 400여 명, 주말에는 600여 명이 전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건축물의 성격과 쓰임에 따라 다양한 서풍을 느낄 수 있는 일중 김충현 선생의 현판 글씨전은 오는 2월 25일까지 계속됩니다.
국민리포트 이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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