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의 농촌하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지루하고 따분할 것 같다고 생각되시나요?
남양주 조안리의 어르신들에게는 오히려 겨울이 보람과 열정으로 가득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김희진 국민기자가 어르신들 만나봤습니다.
산자락에 하얀 눈꽃이 핀 겨울날,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새끼줄을 꼬고 한 땀 한 땀 끼워가며 작품을 만듭니다.
박광화 (84세) / 경기도 남양주시
"곡식 담고 그러는 거지 뭐 곡식 담고, 팥도 담고, 배도 담고…"
곡식이나 물건들을 담아두는 둥구미, 둥글게 엮어 만든 도래방석, 달걀 꾸러미 같은 생활용품이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태어납니다.
닭이 들어가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 일명 ‘닭 집’ 소에게 신기는 ‘소짚신’이나 시장에 갈 때 들고 다녔던 ‘주루묵’ 눈이 올 때 신었던 ‘설화’ 지금은 보기 힘든 옛 물건들 모두 짚풀로 만든 공예품입니다.
어르신들은 조안리가 장수마을로 선정된 2007년부터 짚풀공예 교육을 받고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 축제나 행사에도 초대를 받고, 각종 공예전에서 연달아 수상할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농한기인 요즘, 8명의 동아리 회원들은 매일 8~9시간을 공방에서 함께 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도 받습니다.
좋아하는 작업을 같이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니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박광면 (78세) / 짚풀공예동아리 회원
"치매는 예방이 되는 거야, 이게 결국은 괜히 맥없이 앉아있는 사람은 머리가 이상도 되지만 이건 뭐 이상 될 일이 없지…"
박광극 (79세)/ 짚풀공예동아리 회원
"우리가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우고 화투 안하고 쉽게 이야기하면 장점이 그거라고요."
다듬고 꼬고, 하나씩 씨줄과 날줄을 엮는 과정 모두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짚풀공예.
길게는 3~4달을 한 작품에 매달리다보면 손가락도 헐고 아프지만 잊혀져가는 전통 공예의 맥을 이어간다는 점에 큰 보람도 느낍니다.
안경남 (75세) / 짚풀공예동아리 회원
"진열해놓고 외국 사람들도 보고, 이 고장 사람들도 보고 거기 온 사람들은 다 이렇게 보잖아요. 그런 게 보람이지 뭐. 몇 사람이라도 배우면 좋죠. 우린 그 사람들이 다음에도 가르쳐주고 그럼 좋은데, 지금은 배우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짚풀공예 동아리’ 회원 평균 연령은 80세.
아직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합니다.
"이거 죽을 때까지 해도 못 다 배우는 거야."
"올해는 더 좀 열심히 해서 상을 좀 타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겨울 추위도 녹이는 어르신들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짚풀 동아리 파이팅!”
국민리포트 김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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