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아 앵커>
새로 생기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우리 동네를 가로막는데다 유일한 진출입로마저 좁아지게 한다면 어떨까요?
충북 증평의 한 마을 이야기인데요.
현장에 다녀온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리나 기자!
주민들이 어떤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게 된 겁니까?
◆ 이리나 기자>
네, 충청도의 남북을 하나로 연결하는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사업이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는데요.
현재 4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중 일부 구간이 지나가는 한 마을의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건데요.
어떤 문제인지 화면부터 보시겠습니다.
(장소: 충북 증평군 도당2리)
왕복4차선의 충청내륙고속화 도로 건설이 한창인 현장입니다.
지반공사를 마친 곳은 도로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아직 성토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또 다른 도로가 이미 길게 이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주민 백여 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의 유일한 진출입로로 오래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도로인데요.
문제는 이 기존의 도로인 군도 5호선을 새로운 도로가 가로지르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도로공사를 주관하는 대전국토관리청이 군도5호선을 가로지르는 지점에 '막골교'라는 폭 8m의 박스형 교량을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 김현아 앵커>
네, 영상만 보면 교량이 설치된다고 해도 기존의 도로를 막지는 않아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이거든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이리나 기자>
네, 문제는 기존 설계상의 교량은 보시는 것처럼 보행자 도로가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군도 5호선도 오래된 도로라 좁은 편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트럭이나 승용차가 양방향에서 지나다닐 때 보행자는 차를 피해 최대한 도로 끝으로 붙어서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폭 8미터 길이 20m 교량이 들어선다면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안전문제도 우려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이리나 기자>
"기존의 설계대로라면 교량 사이로 보행자 도로가 없는 거네요?"
인터뷰> 최규선 / 마을주민
"네 없습니다. 보행도로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기를 좀 더 넓혀서 교각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대전국토관리청이) 교각은 힘들다고 해서 그러면 박스형으로 하는데 폭을 10m로 넓혀주고 인도를 만들어달라, 그리고 그 안에 가로등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주민들이 다닐 수 있도록 거리를 확보해달라 그 요구를 했던 것입니다."
또 근처에 퇴비자원화시설 있어 악취가 흘러들어 오고 있는데, 동네 앞을 가로막는 도로가 생겨 앞으로 공기순환도 어려워지는 만큼 교량 폭을 조금이라도 더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연규송 / 마을주민
"워낙 퇴비자원화시설에서 냄새가 저쪽 산으로 해서 동네로 넘어와요. 이 도로통로가 좁으면 공기가 정체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냄새가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 마을에서는 이 교량이라도 좀 더 크게 해서 냄새를 빠지게 하려고 넓혀달라고 한 겁니다."
◇ 김현아 앵커>
네 주민들의 이야기 들어보니까 여러 위험한 점, 불편한 점이 발생할 상황인데요.
주민 요구사항, 어떤 것들입니까?
◆ 이리나 기자>
네, 주민들이 내륙고속화도로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새롭게 마련될 교량의 설계를 변경해 달라는 건데요.
영상 속 박스형의 교량 폭을 8m에서 10m로 늘려 양방향에 최소한의 보행도로를 마련해 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대전국토청은 주민들의 요구대로 변경할 경우 교량의 상부구조물의 두께가 두꺼워져 교량 밑으로 차량 통과가 어려워지고 공사비가 크게 증가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주민들의 3~4차례에 걸친 요구에도 접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 김현아 앵커>
네, 양측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결국 마을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넣게 됐다면서요?
◆ 이리나 기자>
네, 맞습니다.
행정기관 등의 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불합리한 제도로 권리를 침해받거나 불편이 생긴 사항을 접수해 처리하는 국민권익위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조정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는데요.
(영상취재: 유병덕 / 영상편집: 양세형)
주민들이 올해 3월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접수했고, 권익위는 이후 현장조사는 물론 민원 신청인과 피 신청기관 관계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앞서 이 기자 설명대로라면 양측 의견이 맞서서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였는데요.
어떤 조정안이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 이리나 기자>
네, 주민들의 보행도로를 확보하는 쪽으로 조율이 됐습니다.
막골교의 폭을 주민들 요구대로 10m로 넓히기로 한 건데요.
또 터널형 교량은 어두운 만큼 교량 안에 안전을 위한 조명시설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도로 개설로 소음이 심할 경우 교량과 교량의 양쪽 끝에서 40m씩 연장된 90m 구간에 높이 2m의 투명 방음벽을 마을 방향을 향해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배중배 / 국민권익위 도로교통민원과 조사관
"피 신청기관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예산을 확보하는 부분을 굉장히 곤란하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위원회에서도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기획재정부라든지 관계기관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입니다. 다수의 민원이 관련되거나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저희가 대화를 통해서 조정을 하게 돼 있습니다. 조정을 통해서 많은 민원을 해결했고, 이 민원도 그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군도 5호선의 관리 주체인 증평군은 원래 이 도로를 정비할 계획이 있었는데요.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도로 시설 정비는 물론 설치될 교량 시설을 인수해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이리나 기자>
"앞으로 인도가 생기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도로도 뭔가 더 확충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을 확충하고 관리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인터뷰> 정학영 / 증평군청 지방시설주사
"지금 여기 박스형 교량이 들어오는 것과 연계해서 여기에 군도 5호선 도로개설공사를 내년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보행로는 계획에 없었는데 이번에 이 민원 문제와 연계해서 이쪽에 보행로가 연결되면 저희 쪽도 마을 안쪽까지 보행로를 연결하는 걸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 김현아 앵커>
당사자 간에는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보였는데요.
조정과정을 통해 원만한 중재안이 마련됐고 주민들의 우려가 컸던 교통불안 요소도 사라지게 돼 참 다행입니다.
이리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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