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앵커>
'주민자치'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지역 주민이 스스로 지방 행정의 의사결정을 하고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주민자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라는 동 단위의 민주주의 플랫폼이 여러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주민자치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동네들을 살펴볼 텐데요.
현장을 취재한 이리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
◆이리나 기자>
안녕하세요.
◇김현아 앵커>
이 기자, 먼저 주민자치회가 어떤 기구인지부터 짚어보죠.
주민이 마을활동에 참여하고 또 직접 필요한 사업을 계획해 추진하는 기구라는 건 알겠는데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이리나 기자>
네 먼저 간단히 말씀드리면 다른 건 아닙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이 좀 더 강화된 게 주민자치회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 인데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는 동 행정에 의견을 내는 자문기구인데 반해 주민자치회는 근거 법령에 따라 실제적인 의사 결정권과 예산 운영권, 관련 행정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됩니다.
다시 말해 지역문제에 주민이 실질적 결정권한을 갖는 주민자치기구인 셈이죠.
◇김현아 앵커>
그 차이를 확실히 알겠네요.
주민자치회의 활동범위가 훨씬 다양하고 또 주민 일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이리나 기자>
네 아직은 전국 모든 동마다 주민자치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여러 도시의 일부 동에서 자치회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중 대전시의 3개 동에서 운영 중인 주민자치회 활동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이른 아침 대전시 덕암동의 한 횡단 보도에서 안전 캠페인이 열린다고 해서 찾아가 봤는데요.
덕암동 주민자치회에서 평소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통학로를 찾아 노란 안전발자국 알리기에 한창이었습니다.
이 노란 안전발자국은 어린이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 보행자들이 횡단보도 대기선 앞의 노란발자국 위에서 안전하게 신호를 기다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공 디자인인데요.
이 영상에 보시는 곳은 왕복 2차로에 불과한데 근처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대형 물류회사가 있어서 아이들 등교 시간에 정말 많은 대형 물류 트럭이 오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자치회가 나서 안전발자국을 설치하고 매월 한 차례씩 마을 안전 점검과 안전의식 홍보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혜 / 덕암동 주민자치회 위원
"작년 한해만 해도 여기서 큰 교통사고가 몇 건 있었습니다. 트럭에 치이거나 하는 교통사고가 잦아서 정말 필요하구나를 느껴서 학교를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데요. 곳곳에 10군데에 안전발자국을 설치해서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안전거리를 지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리동 주민자치회도 이렇게 안전발자국은 물론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불법 주차 차량을 막기 위해 주차 규제봉을 설치했고요.
얌체 쓰레기 투기를 막기 위해 쓰레기 배출시간 안내 표시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백성자 / 중리동 주민자치회 위원
"이런 주차된 차들 때문에 아이들의 시선이 확보가 안 되고 이렇게 오는 차들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 어렵고 무서워요. 그래서 차선 규제봉으로 시야를 확보하고 안전발자국으로 잠시 동안 멈춰서 좌우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리나 기자>
“주민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이들이 새로워서 좋아하고 저희도 잠시 서서 건너려고 노력하고요.“
◇김현아 앵커>
네, 우리 동네 이웃의 안전을 같은 이웃이 지키는 문화 마음 따뜻해지는 모습이네요.
이렇게 안전문화 캠페인뿐 아니라 마을경관 개선이나 소통 강화에도 변화가 있다면서요?
◆이리나 기자>
네 덕암동의 주민자치회는 올봄에 구성돼 아직 1년도 채 안 됐지만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데요.
마을 산책로 정비에도 나섰습니다.
이렇게 길 한편에 나 있는 샛길에 산책로 안내판을 설치한 건데요.
자칫 길을 걷다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은 마을 주민분들이 오랫동안 이용해 오고 있는 산책로에 이렇게 한눈에 알 수 있는 산책로 코스와 함께 마을 이름의 유래도 설명해 놓았고요.
또 걷다 보면 나오는 갈림길에도 위치 안내판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육다위 / 덕암동 주민자치회 간사
"안쪽에서 들어오게 되면 이쪽저쪽 길이 나눠져서 산책로인 걸 처음 오시는 분들은 모르시거든요. 그래서 주민자치회에서 이정표를 설치해서 방향을 안내해드리려고 했습니다.“
◆이리나 기자>
“게시판에는 마을의 유래에 관한 안내가 있던데요?”
“'덕암'이 덕을 쌓은 바위라는 뜻으로 덕암동의 유래인데요. 덕암동에 대한 애정도 다니시면서 쌓을 수 있고 학생들도 굉장히 많이 다녀요. 이걸 보면서 아이들도 자기 고장에 대한 걸 알아갈 수 있게끔 조성했습니다.”
◆이리나 기자>
이렇게 실생활에서 불편을 느끼거나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을 주민들이 직접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는 건데요.
현장음>
“여기 정비사업을 해야돼요. 여기 전체를 다 해야겠네요. 그렇죠. 여길 다 걷어내고.”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고 또 주민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동네 곳곳의 공원에는 이렇게 게시판을 설치해 주민자치회의 소식과 새로운 추진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송촌동 주민자치회는 특별한 의자를 제작했습니다.
신호가 긴 교차로 횡단보도에 조그만 노란색 물체가 눈에 띄는데요.
손으로 펼치면 바로 의자가 되는 일명 '장수의자' 입니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건데요.
신호를 기다리거나 힘들 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해 동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인터뷰> 대전광역시 송촌동 주민
"젊은 사람들은 서서 기다려도 괜찮지만 노인, 특히 몸이 약한 사람들은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면 좋죠. 송촌동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하면 좋죠. 어느 지역만 할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개편해서 의자를 좀 더 편안하게...“
◇김현아 앵커>
네, 동마다 정말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군요.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을 관이 아닌 주민이 직접 나선다면 문제 해결속도도 빨라지고 체감도 클 것 같습니다.
◆이리나 기자>
네 맞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사업을 논의해서 추진하고 있는데요.
물론 모든 문제를 이 주민자치회가 처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민자치회는 분야별로 분과를 나활동을 하는데요.
동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보면 교육, 예술분야 복지, 환경 기획, 자치 분야로 나눠 각 분과별로 10-20명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용걸 / 덕암동 주민자치회장
"주민자치회를 해보니까 주민자치위원회와 다르게 우리가 직접 해보는 일이 많이 생겼어요. 주민이나 분과장, 위원님들 모두 좋아하고 우리가 뭔가 할 수 있구나를 느끼고 예전에는 구청이나 동에 이야기를 해야 일이 진행됐는데 자치회로 바뀌니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다는 주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김현아 앵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할 때 전체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이리나 기자>
네 많게는 3만 명 가까운 동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한날한시에 모으기란 쉽지 않죠.
우선 정기적으로 주민총회를 여는데요.
주민총회에서 분과별로 다양한 동네 현안을 공유하고, 또 주민투표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일정 기간 투표 기간을 두고 직접 총회 현장에 와서 투표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영상취재: 유병덕 / 영상편집: 양세형)
◇김현아 앵커>
한마디로 지역 발전을 위한 주민자치업무와 지자체 업무를 일정 부분 수행하는 기구인 거네요.
이 시범사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겠군요.
◆이리나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도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더 강화할 계획인데요.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는 일반 직장인들을 위해 필요할 경우 회사로부터 공가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김현아 앵커>
네,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주민자치회가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이기자 수고했습니다.
( KTV 국민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