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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지적도 바로잡아 20년 경계분쟁 해결
등록일 :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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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앵커>
땅의 경계와 소유 등을 나타내는 지적도는 낡고 정확하지 않아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부가 지적도를 바로잡고 디지털화하기 위한 지적 재조사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가 10년 이상 묶여있던 토지 소유자의 합의를 이끌어 이웃 주민 간 경계 분쟁을 해결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임소형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안녕하세요.

◆임소형 기자>
네, 안녕하세요.

◇김현아 앵커>
지적은 토지의 위치, 모양, 경계 등 땅의 정보를 기록한 것으로 땅의 주민등록이라 불리는데요.
왜 이렇게 실제 토지 현황과 지적도가 달라 문제가 생기는 건가요?

◆임소형 기자>
현재 지적도는 이렇게 1910년 일제 토지조사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종이 지적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당시 측량 기술이 발달하지 않기도 했고 기준점과 축척을 통일하지 않아 제대로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또 종이도면이 온도와 습도로 변형되거나 훼손되면서 오차가 발생하는 겁니다.

◇김현아 앵커>
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전국적으로 지적 재조사사업을 실시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천시가 지적 재조사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최근 오랜 민원을 해결했다고요?

◆임소형 기자>
네, 지적도가 정확하지 않아서 땅이 10년 넘게 묶여있던 이천시 백사면 송말지구를 찾아가 봤습니다.
(영상제공: 이천시청)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 474번지 일대입니다.
이 주변 스무필지, 1만 7천 제곱미터 정도는 실제 현황과 지적도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열필지 이상 집단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지적불부합지역이 되는데요.
지난 2005년 등록사항 정정 대상 토지로 지정되면서 15년 동안 지적측량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10여 가구가 재건축이나 부동산 매매에 제한돼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또 땅 경계를 놓고 이웃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집단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엄태균 /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 주민
“여기도 이웃집하고 걸려있고 여기는 앞에 하천부지로 걸려있는 상태고 저 뒤쪽으로도 좀 걸리고 뒷집은 저희 집으로 밀리고 이래서...”

◇김현아 앵커>
오랜 시간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10년 넘게 합의가 무산됐는데 어떻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가요?

◆임소형 기자>
이천시는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민원 해결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지적 재조사 전담팀을 구성하면서 더욱 속도를 냈는데요.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를 해소하려면 모든 토지소유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워낙 커서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담당자들은 수십 차례 마을회관을 찾아 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을 설득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토지 소유자의 경우에는 직접 찾아가 동의를 구했습니다.

인터뷰> 김준환 / 이천시청 토지정보과 팀장
“이렇게 해서 불부합이고 이렇게 해서 재산 피해가 있습니다 하면서 동의를 구하고자 한 분 한 분 찾아 다녔지만 그분들 자체에서는 당신의 권리면적만 계속 주장하면서 저희하고 대화 자체도... 마을회관에서 한 분 한 분 만나서 생각하시는 경계를 청취하고 저희가 법률상에서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으로 해서 합의를 도출했고...”

결국 모든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지적도를 이렇게 바로잡았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에는 모든 건물에 경계가 지났던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실제 현황에 맞게 경계를 설정하면서 맹지도 해소하고 토지 가치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엄태균 /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 주민
“시청 직원들이 마을회관에 나와서 바쁜데도 설명회를 수차례씩 하셔 가지고 주민들이 많이 이해하신 거죠. 그렇게 해서 동네가 순탄하게 됐어요.

◆임소형 기자>
마을 주민들의 갈등도 좀 없어진 걸로 들었는데요.

인터뷰>
”(갈등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돼요. 서로 내 땅을 다 찾았으니까. 줄 거 주고 내 거 찾을 거 찾고 깨끗하게 됐습니다. 그거는 하나 잘됐었어요. 공무원분들한테 진짜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려요. 주민들이 나서서는 할 수 없는 거예요.“

◆임소형 기자>
최종 합의를 도출해내기까지는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설득뿐 아니라 보상사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천시는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현황도로 보상사업을 통해서 주변 도로에 대한 보상을 진행했습니다.

◇김현아 앵커>
지적 재조사 사업을 통해서 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사라지고 분위기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이 사례뿐 아니라 이천시의 다른 지역에서는 지적 재조사사업으로 마을 숙원사업이 해결됐다고요?

◆임소형 기자>
이천시 대월면 장평지구 역시 실제 현황과 지적도가 대규모로 부합하지 않은 지역이었는데요.
특히 마을을 지나는 도로가 지적도상 위치와 크게 달랐습니다.
실제 도로는 이곳인데 지적도에는 상당히 벗어난 이곳이 도로로 표시돼있습니다.
국도가 사유지에 속하다 보니 확장 공사를 하지 못해 마을버스가 다닐 수 없었습니다.

◇김현아 앵커>
도로가 개인 땅에 있다 보니까 확장하려 해도 소유권 문제가 걸림돌이 됐겠는데요.
지적 재조사사업을 하면서 도로를 국유지로 변경하고 폭도 넓혔다고요?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로 확장 계획을 앞서 세우고 지적도를 재정비했는데요.
이천시 대월면 장평1리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입니다.
기존에는 지금의 절반 정도로 폭이 4미터도 되지 않았습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정도여서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는데요.
이천시가 지적 재조사사업에 들어가기 전 도로를 양옆으로 더 넓히도록 계획을 세워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도로 양옆은 개인 땅이었는데 주민들의 양보를 얻어내 도로 폭을 확장한 겁니다.
이에 따라 마을 숙원 사업이었던 큰 마을버스가 다닐 수 있게 됐는데요.
주민들은 더욱 살기 좋고 발전할 수 있는 동네가 됐다며 반겼습니다.

◆임소형 기자> 원래는 버스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도로가 좁았다고요?

인터뷰> 이태우 /이천시 대월면 장평리 주민
”간신히 다녔죠. 아주 다니지 못했던 건 아니고 다녔는데 차도 피하지 못하고 버스 한 대 지나면 사람도 잘 피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적 재조사사업을 하면서 시에서 협조도 해주신 것 같아요. 이렇게 길이 넓어져서 동네 분들이 참 좋아라 했어요.“

◇김현아 앵커>
네, 이 두 지역이 좋은 사례가 돼서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주변 지역도 지적 재조사사업에 들어간다고요.
특히 이번 지적 재조사지구는 최첨단 기술방식을 활용해서 디지털 지적으로 구축했다고요?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적 사항을 바로잡을 뿐 아니라 지적도를 디지털화했는데요.
기존 지적도는 낙후된 측량기계로 사람이 직접 측량해 종이도면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여러 차이가 발생하고 관리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지금까지는 종이도면을 스캔 등을 통해 전산화 해왔습니다.
이를 드론과 위성측위시스템인 GNSS측량 장비 등 최첨단 기술방식을 이용해 디지털화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좌푯값을 갖게 되는데 땅의 절대적인 수치가 생겨 경계를 더욱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태우, 이정윤 / 영상편집: 박민호)

인터뷰> 박주연 / 이천시청 토지정보과 주무관
”종이에 있는 지적도는 사실상 도해지적으로 그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을 좌푯값을 통해서 좌표를 부여함으로써 지적도상 경계에 있는 모든 굴곡점들이 좌푯값을 가져 디지털화된다고 보면 됩니다.“

◇김현아 앵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땅의 15% 정도는 실제 현황과 지적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천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곳곳에서 발생하는 경계분쟁 해소에 활용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임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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