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앵커>
지자체의 작은 실수로 아파트 건설공사가 중단된다면 시공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사가 중단될 경우 건설 회사 부도는 물론 입주를 앞둔 주민 피해도 불 보듯 뻔한 일인데요.
최근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요.
신국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기자 안녕하세요.
◆신국진 기자>
네, 안녕하세요.
◇김현아 앵커>
이번에 소개할 사례는 중소형 건설사에서 공사 중인 아파트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라고요.
신국진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입주를 앞둔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업명칭을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먼저 공사 현장 화면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A 도시개발사업 부집니다.
공동주택 용지 등 약 8만4천600 제곱미터 규모라고 합니다.
◇김현아 앵커>
임야였던 곳을 상당히 많이 깎아 낸 부분도 볼 수 있고요.
공사 현장 위치 등을 볼 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국진 기자>
네, 맞습니다.
이 부지의 경우 약 1천7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시공사는 지난 2017년 1월 고양시로부터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와 각종 인허가를 받아 공사 착공에 들어갔데요.
현재 착공률이 약 38.6%라고 합니다.
◇김현아 앵커>
네, 착공률이 40%에 가까우니까요 기초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겠군요.
그런데, 지금은 공사가 진행이 안 되는 건지 화면에서는 장비나 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국진 기자>
네, 현재는 모든 공사가 중단된 상탭니다.
◇김현아 앵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어야 할 텐데 앞서 말한 지자체 실수로 생긴 문제인 건가요?
◆신국진 기자>
네, 지난해 7월 감사원에서 고양시에 위치한 A 지구를 공사하는 시공사가 산지 전용과 토석 채취에 대한 환경 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공사 중지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업체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업체 관계자
"사실은 허가가 났었지 않습니까. 한강환경관리청에서도 사실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었고 시청 공직자들도 잘 몰라서 애매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겁니다. 우리도 하청업자가 도시계획 하신 분이 이걸 몰랐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안 받아서 한 3년 지나서 작년에 감사원 (감사가) 나와서(문제가 됐습니다.)“
◇김현아 앵커>
참으로 난감한 일이네요.
시공업체에서는 지자체의 의견을 전달받아 사업을 추진한 건데 지자체가 안내한 부분에 오류가 있었던 건가요.
◆신국진 기자>
네, 다시 설명을 하면 법적으로 총 사업 면적이 3만 제곱미터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고양시에서 토석 채취와 산지전용을 제외한 도시개발사업 면적만 계산해 이번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시공사에 안내한 것입니다.
인터뷰> 정동률 / 국민권익위원회 기업고충민원팀 조사관
"도시개발사업과 산지전용사업과 토석 채취사업이 맞물려 있는 사업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관련 규정을 고양시 공무원이 잘못 숙지해서 사업자에게 잘못 안내됨으로써 공사공정 38%가 된 시점에서 감사원의 감사로 인해서 발각이 되어서 공사중지 처분을 받게 된 사례가 되겠습니다."
◆신국진 기자>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고양시 관계자는 잘못이 인정돼 징계를 받은 상황이지만 시공사의 공사 중단 결과는 바뀌지 않은 상탭니다.
◇김현아 앵커>
행정착오로 발생한 문제인 데다 업체의 과실은 없는 상황에서 공사를 중단하라고 하니 받아들이기 어려웠겠습니다.
◆신국진 기자>
행정 착오가 있었더라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인 만큼 고양시가 재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고양시는 시공사에 공사 중지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특히, 지금까지 공사한 부분은 모두 원상 복구한 뒤 사전 환경영향평가를 받아 공사를 다시 진행하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김현아 앵커>
38%나 진행된 공사를 다시 복구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라고 하니 '청천벽력'과도 같았겠네요.
◆신국진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공사가 대형 건설회사가 아닙니다.
중소형 규모인 시공사 입장에서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것만으로도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원상복구 후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경우 부도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입주를 앞둔 1천700세대 조합원 입장에서는 당초 예정된 입주 기간이 밀려, 또 다른 2차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업체 관계자
"제일 문제는 조합원이 1천730명이 됩니다. 시청도 입장이 곤란하고 저희도 회사에서 견딜 수가 없어요. 공사를 중단해 버리면..."
◇김현아 앵커>
행정착오로 인한 실수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군요.
◆신국진 기자>
맞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수개월의 협상과 논의를 거쳐 얼마 전 최종 조정안이 마련됐습니다.
우선, 고양시는 해당 사업장의 사정을 고려해 도시개발사업 공사에 대해 중지명령 처분 없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영상취재: 백영석, 유병덕 / 영상편집: 정현정)
한강유역환경청은 시공 업체가 고양시를 거쳐 환경 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 신속히 평가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업체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신속히 작성해 고양시에 제출하고,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석 / ㈜에스타산업개발 대표이사
"환경영향평가 미이행으로 인해 당사가 많은 어려움을 겪을 뻔했으나 내 일처럼 나서서 협약을 가능케 해준 국민권익위원회, 한강유역환경청, 고양시청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이재철 / 고양시 제1부시장
"두 번이나 큰 목례를 하셨는데 오히려 제가 목례를 드리고 싶은 사업입니다. 나름 신청인의 입장에서는 10여 년 동안 지구계획 받은 후에 토지계획 정리가 38%가 진행된 상태에서 이유가 어떻든 (공사) 중지명령이 내려졌고 그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가 우려된 상황에서 행정기관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차에 국민권익위가 나서서(해결해 줘 감사합니다.)"
◆신국진 기자>
관련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 제22조와 동법 시행령 제31조가 상당한 쟁점이었다고 합니다.
관련 내용은 같은 사업자가 둘 이상의 사업을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연계해 추진하는 경우 계산 식을 합산하는 것으로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 규정에 대해 서로 대립하는 해석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 현재 공사는 진행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결과를 통해 관련 지자체는 지자체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2차, 3차 피해를 사전에 예방했습니다.
또한, 건설 시공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행정 착오로 부도 위기 우려까지 맞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 조합원들과 약속한 공사 기간은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동률 / 국민권익위원회 기업고충민원팀 조사관
"권익위는 사업자의 구제와 주택조합원들의 입주 희망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적 행위에 대해서 권익위가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으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되 공사 중지 없이 병행해서 하도록 하는 조정이 합의사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현아 앵커>
행정업무를 담당자의 실수로 아파트 공사 중단 결정이 나면서 시공사는 부도위기에 놓이고 주민들도 제때 입주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는데요.
권익위의 조정을 통해 지자체가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시공사와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적극 행정의 좋은 사례겠죠.
유사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자체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됐으면 합니다.
신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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