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아 앵커>
광주광역시 황룡강 장록습지는 멸종위기종 등 800여 종의 생물자원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높은데요.
하지만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개발과 보호 가치를 놓고 주민들 사이에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왔습니다.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환경부가 갈등관리전문가를 투입해 지역사회 합의를 이끌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임소형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안녕하세요.
◆ 임소형 기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아 앵커>
국내 첫 도심 국가습지 지정을 앞두고 있는데요. 우선 황룡강 장록습지는 어떤 곳입니까?
◆ 임소형 기자>
광주시 광산구 장록동과 서봉동, 선암동에 걸쳐 펼쳐진 3.06 제곱킬로미터 면적의 하천습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도심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 경관이 우수하죠.
도심 속에서 원시적인 자연 원형을 간직해 영산강 본류와 생태 통로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 김현아 앵커>
광주시가 지난 2016년 자체적으로 생태조사를 진행했는데요. 보전 필요성을 인식해 환경부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환경부 국립습지센터는 지난 2018년 3월부터 열 달 동안 정밀조사에 나섰습니다.
(광주시 광산구 황룡강 장록습지)
(영상제공: 광주시청)
황룡강 장록습지가 시작되는 호남대학교 인근 황룡강교 일원입니다.
이곳부터 영산강 합류부까지 약 8㎞ 구간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정밀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조사 결과 모두 829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포함해 삵, 새호리기, 흰목물새떼 등 멸종위기종 4종이 살고 있었습니다.
도심 습지로는 드물게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서 보전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정승수 /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도시습지 중에서 장록습지 만큼 생물종 다양성이 뛰어난 곳은 없습니다. 환경부 보고에 의하면 약 830종의 생물이 있고 멸종위기종도 4종이 있습니다. 아마 더 있을 겁니다. (가장 뛰어난데 이것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자연적인 습지에 비해서는 떨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을 잘 관리해서 서식처의 기능과 특성이 다 잘 살아나면 지금보다 더 종 다양성이 뛰어난 좋은 습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김현아 앵커>
이 같은 정밀조사 결과에도 지역의 반대여론에 부딪혀 보호지역 지정 추진이 유보됐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처음에는 주민 대부분이 보호지역 지정을 반대했는데요.
장록습지 주변에는 이렇게 고속철도 광주송정역과, 광주공항, 선운주택지구, 평동산업단지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KTX 투자선도지구나 선운2지구 조성 같은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했는데요.
또 주차난 해소와 주민 편의를 위해 하천 둔치에 주차장과 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 임소형 기자>
이와 함께 장록습지 구간 물흐름이 나빠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며 벌목과 준설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모기와 벌레가 많아지고 설치류와 조류의 분비물로 인한 질병 발생을 걱정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이와는 반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입장도 있었다면서요?
◆ 임소형 기자>
네, 습지 보호를 요구하는 측은 재해 예방과 복구를 위한 정비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반론을 폈습니다.
그러면서 건강한 자연생태계가 조성되면 해충 발생을 막을 수 있고 야생조류 서식지 예찰도 정부가 강화하는 추세라고 반박했습니다.
오수 유입, 쓰레기 투기와 불법 낚시로 인한 훼손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는데요.
또 광주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와 교육공간으로 조성되면 주민들에게 도움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영상취재: 백영석 이정윤 / 영상편집: 박민호)
인터뷰> 박경희 / 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국장
"너무 관리가 안 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쓰레기를 투척하는 공간으로 오염이 좀 심각했었어요. 예를 들면 소파나 침대 이런 집에서 쓰는 대형 제품들이 무더기로 쌓이는 공간이었고 지속적으로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까 보기에도 안 좋고 그래서 시민들이 오히려 장록습지에 대해서 안 좋은 편견들을 가지게 됐고요. 그래서 함께하고 있는 단체들이 물의 날이나 습지의 날을 기념해서 함께 치우고 정화하는 활동들을 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 부각시키고 이슈화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개발이냐 보전이냐, 첨예한 입장 대립으로 갈등의 골이 깊었을 걸로 보이는데요.
환경부가 이런 갈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갈등관리 민간전문가를 처음으로 파견했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환경부는 장록습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건데요.
환경부와 광주시, 광산구, 주민대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 16명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갈등관리전문가 진행 아래 주민들의 우려 사항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보완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실무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지역주민 토론회와 간담회를 스무 차례 진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동별 주민소통간담회 5회, 대토론회 2회, 김해 화포천 사례견학 등도 진행했습니다.
녹취> 송용수 / 광주시 환경정책과장
"저희들은 처음부터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설득 속에서 추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이고... 물론 여기에는 환경부 갈등관리팀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했습니다. 갈등 관계에서 항상 문제되는 게 서로 간의 주장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주장 문제를 하나로 합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데 전문 갈등팀이 참여를 함으로 인해서 그런 문제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 김현아 앵커>
실무위원회는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 방식을 마련했다고요?
◆ 임소형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보제공형 대면조사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찬성이든 반대든 격차가 6.2% 포인트 이상 나게 되면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광주시는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황룡강 장록습지에 대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찬·반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찬성 85.8%, 반대 14.2%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심장훈 / 광주시 광산구 어룡동 주민대표
"저도요 초반에는 홍보가 안돼서 반대를 했습니다. 반대를 상당히 심하게 했어요. 여론도 들어보고 구청에서나 시청에서 나와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건 아니다... 저도 여기서 66년을 살았습니다. 살다보니까 강이 폐허가 돼버렸어요. 어렸을 때는 참 좋았는데 뭔가 변화가 와야 되겠다... 구청 담당자, 시청 담당자 분들 너무 고생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설명을 해도 먹히질 않았습니다. 동네 다니면서 설명회를 하고 홍보를 하니까 많이 변화가 왔죠. 지금은 호응이 참 좋습니다."
◆ 임소형 기자>
이에 광주시는 곧바로 환경부에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건의서를 제출했습니다.
◇ 김현아 앵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심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앞두고 있는데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관리와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 임소형 기자>
환경부로부터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훼손된 지역에 대한 복원이 이뤄지는데요.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5년 마다 습지관리 기본 계획이 수립됩니다.
녹취> 박소영 / 환경부 정책기획관실 갈등조정팀장
"기본적으로 매년 국가습지지역에 대한 생태계 모니터링을 하고 또 5년마다 정밀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다양하게 유지되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인하게 되고요. 더불어 보호지역 내에 훼손지역이 있으면 그 지역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고 또 주민이 편안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탐방데크 같은 걸 설치해서 체계적으로 보호하면서도 주민들은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김현아 앵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호지역을 둘러싼 환경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죠. 환경부는 이번 도심 국가습지 지정 사례를 충분한 정보제공과 주민참여로 합의를 도출한 모범 사례로 평가했는데요, 앞으로 더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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