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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 40년 소외된 한센인촌···주거 환경 손질
등록일 : 20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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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앵커>
40여 년 전 강제이주로 형성된 한센인 마을의 정주 여건이 열악하다는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됐는데요.
7개월여에 걸친 거주실태 조사 등을 통해 최근 정부와 경상북도, 경주시, 포항시 등이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신국진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신기자 한센병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 세대들도 있을 텐데요.
어떤 병인가요.

◆신국진 기자>
한센병은 나균에 의한 감염증을 말하는데요.
나균이 피부나 말초 신경계, 상부 기도를 침범해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만성 전염병 질환입니다.
가족 내에서 긴밀한 접촉 시 전파된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김현아 앵커>
한센병 하면 소록도가 떠오르는데요.
몇 년 전 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오스트리아에서 온 두 명의 간호사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서 이들을 위해 40년간 봉사한 이야기를 다뤘거든요.

◆신국진 기자>
잘 알고 계시는데요.
소록도에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은 1917년부터 한센병 환자를 수용했습니다.
1941년 6천 명까지 살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 시기에 한센병 환자가 늘자 정부는 한센인들을 자활이란 명분으로 전국 곳곳에 정착촌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정착촌은 지금까지도 전국에 89곳이 남아있습니다.

◇김현아 앵커>
한센병은 전염성이 약하고 치료도 쉬운 병이라는 게 많이 알려지면서 국민 인식도 개선됐잖아요.
정착촌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신국진 기자>
아닙니다.
국민 인식은 바뀌었지만, 수십 년 전에 형성된 정주 여건은 과거 그대로입니다.
영상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희망농원입니다.
약 41년 전인 1979년 한센인 486명, 136가구가 이곳에 강제 이주했습니다.
당시에 정부는 가구당 주택 1동과 계사 1동을 신축, 배정해 자활하도록 지원했습니다.

◇김현아 앵커>
화면은 현재 모습이잖아요.
주택도 상당히 낡고, 주거 환경 자체가 상당히 열악해 보입니다.

◆신국진 기자>
맞습니다.
당시에 지원된 주택과 계사가 모두 무허가 건축물인데요.
이렇다 보니 사비를 들여 보수하는 건 꿈도 못 꿨고, 자연재해를 입어도 정부 지원조차 못 받고 40년 동안 그대로 방치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용원 / 희망농원복지협동회장
"땅은 우리 앞으로 등기가 돼 있지만, 집도 무허가고, 건물 자체도 무허가입니다.
그러다 보니깐 재산권 행사를 못하죠. 비가 오고 태풍이 오고 지진이 왔을 때도 무허가는 피해신고 접수 자체가 안 되거든요. 40년 동안 재난이 와도 우리가 감내해야 하고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어요. 옛날에 지진이 왔을 때 흔들리고 금이 다 갔죠. 그때 500원 이상 동전이 들어가면 다 신고하라고 했지만 신고도 못 했죠. 안 받아주니깐..."

◇김현아 앵커>
경주는 몇 해 전 큰 지진 피해도 있었잖아요.
당시 이곳은 피해가 없었나요?

◆신국진 기자>
네, 조금 더 현재 주거 환경을 보며 설명 드리겠습니다.
희망농원에는 지금 주민 160여 명이 살고 있는데요.
많은 주민들이 외지로 나가고,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렇다 보니 1979년 당시 지어진 계사 452동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용하지 않는 폐사로 남아 있습니다.
주택 역시, 절반 이상 빈집이 많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몇 해 전 경주에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비어있는 폐사나 주택뿐 아니라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과 계사 피해도 컸다고 합니다.
계사 지붕은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슬레이트지만 무너진 상태로 지금도 방치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용원 / 희망농원복지협동회장
"슬레이트가 저렇게 40년 방치돼 있잖아요. 저게 1급 발암물질인데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각 지자체마다 이장회의에 참석해보면 천북면에 몇 동에 대한 슬레이트 보수사업비가 나왔으니 해보자고 하면 우리까지 오지 않아요. 다 슬레이트 90% 이상이 다 슬레이트입니다."

◆신국진 기자>
희망농원의 경우 주택이나 계사 문제뿐 아니라 노후화된 재래식 개방형 정화조와 하수관로 문제도 심각했는데요.
희망농원 입구에는 재래식 개방형 정화조가 있습니다.
40여 년 전 만들어진 하수관로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생활하수가 모여서 침전물을 걸러내는 장솝니다.

◇김현아 앵커>
상당히 지저분해 보이거든요.
정화 장치는 아닌 거죠.

◆신국진 기자>
네, 평소에는 침전물을 가라앉히고, 경주시 정화시설로 흘러갑니다.
폐수의 큰 건더기만 거르고 정화 시설로 이동하는 장치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문제는 비가 내릴 경우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정화조가 범람해 인근에 위치한 하천으로 흘러가고, 수질 오염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영상취재: 오민호, 이기환 / 영상편집: 이승준)

인터뷰> 김용원 / 희망농원복지협동회장
"이 환경에 비가 오면 씻겨 내려가면 모이고, 생활하수, 오수 이게 다 모여서 나가니깐, 축분하고 사람 쓰는 물하고, 설거지물이 다 모여 나가면 구분이 안 되죠. 그러니깐 침전조에 가면 검은 물이 쌓여있죠." VCR6

◇김현아 앵커>
현장 모습을 상당히 많이 받는데요.
무엇보다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신국진 기자>
네, 희망농원 주민들은 2000년대 들어서 생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지자체와 정부에 도움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경주시 역시 희망농원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예산 등을 문제로 쉽게 해결하지 못했는데요.
결국, 희망농원 주민 160여 명은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민원을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이재성 / 국민권익위원회 고충처리국 조사관
"(민원을 접수받고) 첫 현장을 갔을 때 느낌은 찡했습니다. 느낌이 들었던 내용보다 현장을 보니 더 심각하고, 처참하고 많은 피해를 당하고 사신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 하소연해도 관심 밖으로 살다 보니깐 저런 상태 40년째 방치된 채 일반사람들은 살 수 없는 환경 속이어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VCR7

◆신국진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권익위는 경상북도와 포항시, 경주시 대구지방환경청 등과 수차례에 걸쳐 현장 확인과 주민 면담을 시도해 지난달 '경주 희망농원 고충 민원 현장조정 협약'을 맺었습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집단 계사 철거와 정화조 정비 등 사업비 210억 원을 확보해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또, 경주시는 노후 집단 계사 452동과 슬레이트를 철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거주여건 개선과 농가 소득 창출을 위한 세부정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포항시도 노후 하수관로 개선을 통해 수질오염 개선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재성 / 국민권익위원회 고충처리국 조사관
"(조정안은) 주거환경하고, 일반 하수관로와 침전조부터 개선부터 하자, 그다음에 복지시설을 단계적으로 하는 것으로 조정안에 담았습니다. 국비보조 협력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중앙부처와 해당 지자체 기관 간의 가교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서 국비가 지원돼 신속하게 조정, 이행될 수 있도록..." VCR9

◇김현아 앵커>
많은 지자체와 기관이 연계돼있는 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주민을 위한 협의안이 나와서 참 다행입니다.
20년 넘게 민원을 제기했던 주민들도 많이 반기고 있겠어요.

◆신국진 기자>
맞습니다.
특히,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를 잘 풀고, 주민들의 의견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들어준 국민권익위원회에 상당히 고마워했습니다.
그러면서 희망농원 주민들의 희망 가운데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용원 / 희망농원복지협동회장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하기 위해 이런 환경에서도 양계를 해왔는데 이제는 다 늙어서 힘이 없죠. 그나마 매각이라는 문제는 접어두고, 어쨌든 환경이라도 개선되어서 누가 와서도 참 살기 좋은 동네다. 이런 고장이다. 누구나 아무 편견 없이 스스럼없이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신국진 기자>
예전엔 한센인 촌이라고 하면 편견과 따돌림으로 고통받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인 것 같은데요.
이번 합의안을 첫 단추로 희망농원의 변화되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김현아 앵커>
방송에 앞서 자료를 조사해보니 전국 81곳에 달하는 한센인 촌 주거환경이 오늘 소개한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번 개선사업을 시작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됐던 한센인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신국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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