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욱 앵커>
두 마을을 이어주던 길이 폐쇄되면서 마을 간 왕래를 위해 1km 이상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농기계는 우회로로 통행하기가 어려워 농사를 짓는 분들의 한숨이 늘고 있는데요.
최영은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최 기자, 어떤 사연인지 들려주시죠.
◆ 최영은 기자>
네,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마을 덕우리와 덕리입니다.
현재 국도 43호선이 두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고, 행정구역상으로도 다른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여기면서 농사를 짓는 일을 비롯해 여러 생활 편의 시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나누어져 있어도, 마을을 잇는 굴다리가 있어서 그동안 편하게 왕래가 가능했던 건데요.
제 뒤로 보시는 화면, 바로 마을을 잇던 굴다리입니다.
흔히 '통로박스'라고도 불리는데요.
현재 이렇게 폐쇄된 모습입니다.
지난 겨울 폐쇄되기 전에는 이렇게 정상적으로 통행이 가능했는데요.
차량은 물론 농기계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 박성욱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현재는 주민들이 어떻게 마을을 오가고 있나요?
◆ 최영은 기자>
네, 현재는 각 마을에서 큰길로 나간 뒤 유턴을 해서 옆 마을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1km 이상 돌아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 박성욱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멀쩡하던 굴다리가 왜 갑자기 폐쇄된 건지 궁금한데요.
◆ 최영은 기자>
네, 아까 말씀드렸던 덕리와 덕우리를 가로지르던 국도 43호선의 현재 도로확장공사 때문인데요.
이 국도 일부 구간이 상습 지정체 구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부터 도로 확장 공사를 시작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도로 설계에 따라 덕리, 덕우리 간의 기존 통로박스가 폐쇄됐고, 지난해 겨울부터 주민들의 불편이 시작됐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최각규 /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20년 전에 4차선 공사를 하면서 여기 덕리와 덕우리의 농사짓는 사람들을 위해서 통로박스를 만들었는데요. 6차선 공사를 하면서 통로박스를 폐쇄시켰습니다. 길이 있던 게 없어지다 보니... 1km 넘는 곳에 가서 유턴을 하도록 설계가 돼 있습니다. 4차선이어도 위험한데 6차선이면 차가 많은데 농기계를 끌고 다니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 최영은 기자>
네, 차량 이동이 기존보다 불편해진 것이 사실인데, 보다 큰 문제는 주민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농기계가 이동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건데요.
실제로 덕우리에서 덕리로 트랙터 등을 가지고 농사를 지으러 가야 하는데 건너갈 수가 없어서 농기계를 길 건너편에 세워만 두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우선 /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차는 그래도 유턴을 하거나 어쨌든 건너가지만, 농기계는 저렇게 건너갈 수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더라도 나이 드신 분들은 세워놓고 걸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위험하니까 어르신들은 못 다니는 거에요."
◆ 최영은 기자>
네, 그러니까 우회로를 통해서 건너편 마을로 이동하려면 차가 쌩쌩 달리는 왕복 6차로의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건데, 경운기나 트랙터 등 육중한 농기계가 이런 길로 나가서 차로를 이용하고, 심지어 차로를 이동해 유턴까지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농기계가 길 건너, 농사를 지으러 건너갈 수가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 박성욱 앵커>
그렇네요.
굴다리가 폐쇄되기 전에 주민들과의 협의가 있었으면 상황이 좀 나아졌을 것 같은데요.
◆ 최영은 기자>
네, 이 도로 확장공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면 좋았겠지만, 도로 확장 공사와 같은 공공의 목적을 가진, 즉 공익사업 수행 과정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 수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정덕양/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도로 사업은 공익사업의 한 종류인데요.
공익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특히 도로개설 사업의 경우 기존 진입로를 변형하거나 없애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주민들이 많은 불편 느껴서 충분히 의견 수렴해서 그런 부분도 감안해서 진입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공사 공정이나 주민 설명 기회를 갖고 싶지만 공청회라든지 설명회 때 충분히 모든 의견 수렴이 안 됩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공사 진행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이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민원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들의 불편에 공감하고, 조정에 나섰습니다.
계속해서 화면 보시겠습니다.
권익위는 덕리와 덕우리가 과거 한 마을이었던 만큼 생활 시설을 공유하고, 서로 오가며 농사를 짓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특히나 농사를 위해 농기계를 운행할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 점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국토관리청과의 조정에 나선 건데요.
지난 9일, 현장 조정회의를 통해 멀리 우회하지 않고 기존 굴다리 도로를 대체하는 부체도로를 신설해서 양 마을이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조정서에 담았습니다.
국토관리청은 새로운 도로 개설은 물론 인접하는 지점에 충분한 회전 반경을 부여하고 교통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의 교통안전 확보에도 힘쓰기로 합의했습니다.
인터뷰> 정덕양 /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주민이 신속하게 덕리에서 덕우리, 덕우리에서 덕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부체도로를 개설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 상반기 까지는 부체도로 개설공사가 추진되지 않을까... 공정 기간이 있어서 공사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체도로 개설과 관련해서는 조정된 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독려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예정입니다."
두 마을은 이번 조정 결과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취재를 나갔을 때도 주민들께서 민원 해결에 힘써준 국민권익위를 비롯한 국토관리청 등 관계 기관에 거듭 감사를 표했는데요.
하지만 도로확장공사가 2024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신설 도로 개설까지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민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당분간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국토관리청의 도로 개설 작업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 박성욱 앵커>
네, 말씀하신 대로 아직 갈 길은 남아있지만, 주민들 민원이 적극 받아들여지고, 원만하게 해결될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모쪼록 하루 빨리 봉담읍 양 마을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되길 바랍니다.
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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