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앵커>
아파트를 매매 했는데, 등기를 떼 보니 집은 내 소유지만, 땅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연인데요.
최영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 기자, 어떤 사연인지 소개해주시죠.
◆최영은 기자>
네, 핵심을 잘 설명해주셨는데요.
말 그대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추후 매매를 했는데, 토지에 대한 등기 이전이 되지 않아서 토지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인 겁니다.
◇박성욱 앵커>
아파트를 매매하면 당연히 토지도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나뉘어져 있는 것이었군요.
◆최영은 기자>
네, 사실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보통은 아파트를 매매하면 대지권이라고 하는 토지 소유권이 자동으로 따라가게 돼 있는데요,
이 사연은 어떻게 된 건지 화면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난 2000년 해당 부지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2007년, 검단우림필유아파트가 준공이 됐습니다.
하지만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이때 입주민에 대한 토지 소유권 이전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 드디어 정리된 토지를 새롭게 나누는 환지 처분 절차가 진행됐는데요.
아파트 분양 주체인 지역 주택 조합이 인천광역시에 대해 청산금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인데요.
조합의 소재가 불분명했던 겁니다.
아파트 분양 당시에는 있었던 조합이 그 사이 실체 없는 조직이 된 건데요.
청산금 납부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사라졌고, 입주민에 등기 이전을 할 수 있는 주체 역시 사라진 셈입니다.
인터뷰> 박정규 /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환지처분이 이뤄지면서 해당 토지 권리자에게 토지 소유권을 넘겨줘야 하는데,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아야할 아파트 건설 조합이 실체 없이 사라졌고 또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서 이 청산금을 납부하거나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당사자가 사라졌습니다."
◇박성욱 앵커>
네, 참 황당한데요.
2013년이면 한참 전인데 그 뒤로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합니다.
◆최영은 기자>
네, 인천시와 인천서구는 일단 조합이 사라졌기 때문에 조합과 신탁 계약을 맺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게 청산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조합이 사라졌으니 조합과 계약을 맺은 신탁사가 돈을 대신 내라는 뜻이겠죠.
하지만 신탁사도 '우리가 왜 청산금을 부담해야 하나' 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적으로도 신탁사가 청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인천시, 서구 측과 신탁사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동안, 입주민들의 등기 이전 문제는 계속 미뤄졌습니다.
등기 이전이 되지 않으면 등기부 등본상 대지권 즉 토지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실질적으로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대지권 등기가 없으면 서민 금융상품 등을 이용할 수가 없는데요.
매매를 할 때나 이 아파트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모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곽영임 / 공인중개사
“매매를 하게 되면 일반인들은 보통 금리를 제일 우선시해요. 은행 별로 금리가 차이가 있는데 조금 싼 금리를 쓰려고 하는데 대지권(등기 이전)이 안 되다 보니 보금자리는 해당 사항에 없는 거예요. 서민 금융 상품인데 대지권이 없다 보니 서민 상품을 쓰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림필유아파트가 꼭 마음에 들면 높은 금리를 주고 은행 상품을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거죠.“
◆최영은 기자>
그러니까 이 집을 사고 싶은 사람도, 전세로 들어오고 싶은 사람도, 또 팔고 싶은 사람도 모두 손해가 되는 상황인 건데요.
이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토지소유권 등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지권이 없으니 찝찝하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오랜 기간 겪고 계셨던 주민 분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유인선 / 검단우림필유아파트 입주민
“제가 직장이 서울로 옮겨지면서 집을 팔기 위해 내놨는데요. 연락이 두 분 정도 왔는데 한 분은 등기부 등본을 보더니 토지 등기가 안 돼 있으니 그냥 가시고요. 한 분은 설명을 하니 고민을 해보시겠다고, 알아보신다고 가셨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 (결국 집을 못 파신 거죠?) 네, 결국 못 팔고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최영은 기자>
네, 제가 만난 분은 입주민 대표신데요.
이 입주자 대표 분은 대표를 맡고 나서 어떻게든 일을 해결해보려고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문의를 해봤다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조합이 냈어야 하는 청산금, 이후에는 인천시가 신탁사에 요구하고 있는 그 청산금을 입주민들이 십시일반 분담해 내겠다고까지 하셨다고 해요.
그렇게라도 해서 토지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셨다고 합니다.
인터뷰> 유인선 / 검단우림필유아파트 입주민
“동대표가 바뀔 때 마다 찾아와서 물어보고 가시는데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니 15년간 흘러왔는데, 저도 갔더니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거죠... (중략) 38:10 조합원을 찾아보려고 저희가 경찰에도 알아보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고.(중략.) (청산금을) 입주민이라도 모아서 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추진하게 됐죠.”
◇박성욱 앵커>
입주자분들이 오죽 답답하셨으면, 청산금 징수 대상도 아닌데,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는 의견까지 내셨을까 싶어서 저도 참 안타까운데요.
◆최영은 기자>
네, 하지만 입주자들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국민권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원이 접수된 직후 여러 차례 실무 협의 등을 거쳤습니다.
여러 법령을 검토하고 유권 해석 등을 고려해 마침내 청산금 징수 절차와 별도로 입주민에 토지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진행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인터뷰> 박정규 /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청산금 납부 미납 문제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에게 토지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고 불합리한 행정이라고 보고, 우리 위원회에서는 청산금 징수 이전이라도 즉시 토지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도록 권고했고, 해당 기관에서도 저희 위원회 중재안에 동의함에 따라서 조정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최영은 기자>
네, 다행히 조정이 모두 이뤄진 건데요. 이번 조정으로 인해서 인천 서구청은 환지 처분된 토지의 촉탁등기를 실시했습니다.
등기는 당사자 간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예외적으로 법원이나 관공서 등이 등기소에 촉탁해 등기를 하는데 이를 촉탁등기라고 합니다.
(영상취재: 이수오, 임주완 / 영상편집: 오희현)
아울러 신탁사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사라진 조합을 대신해서 아파트 입주민에게 토지 소유권을 직접 이전하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현재 촉탁 등기는 마무리됐고, 토지소유권 이전 절차도 곧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입주민들은 오랜 기간 말하자면 반쪽 짜리 등기를 가지고 있다가, 비로소 완전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박성욱 앵커>
네, 인천 서구의 검단우림필유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 해결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조정 내용대로 하루빨리 토지소유권 등기 이전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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