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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정착촌 압류···권익위 "부당하다"
등록일 :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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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앵커>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이라 여기고 살아왔던 곳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연이 이런 내용인데요.
어떤 사연인지 최영은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소개해주시죠.

◆최영은 기자>
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례는 한센인 마을에 대한 내용입니다.
남양주시의 한센인 정착촌 땅이 지방 국세청에 압류된 사연인데요.
자세한 사연을 전하기에 앞서, 한센인, 또 한센병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센병은 이미 사라진 질병으로 보고 있는데요.
세계보건기구도 우리나라를 완치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은 매년 한자리 수의 환자만 보고가 되고 있고, 그마저도 최근에는 해마다 한두 명 내외로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질병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전염이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사회적으로 한센병 환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했던 건데요.
심지어 한센인은 질병이 완치 되거나, 질병이 없는 한센인의 자녀들일지라도 차별을 받으며,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박성욱 앵커>
네, 이제는 치료를 통한 완치는 물론 충분히 전염성을 없앨 수 있고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알고 있는데요.
과거 사회적 낙인이 한센인들과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됐을 것 같습니다.

◆최영은 기자>
그렇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한센인들은 예전부터 소록도와 같은 곳에 모여서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한 마을 중 하나가 1960년대 형성됐던 현재 남양주 일대의 협동마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곳인데요.
현장을 먼저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남양주 평내 일대, 30여 세대의 한센인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미 폐허로 보이는 곳도 있지만 곳곳에는 공장 등이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일터가 되기도 하고요.
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거 공간이 남아있기도 했습니다.
이곳에 한센인이 모여 살게 된 건 앞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1960년대부터인데요.
그런데 정착한 지 50년이 훌쩍 흐른 지난 2015년, 갑자기 이 지역이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압류 처분을 받게 됩니다.

◇박성욱 앵커>
오랜 기간 살고 있었는데 압류라니, 거주하시는 분들이 연세도 많으실 텐데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된 사연이죠?

◆최영은 기자>
네, 이 지역은 지난 1985년, 독립유공자 후손인 이보인 선생이 한센인들에게 기증한 땅인데요.
이보인 선생은 선친인 이승익 선생 기념관건립을 위한 남양주 평내리 소재의 본인 소유 토지를, 이미 60년대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거주하던 한센인들에게 정식으로 기부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6년이 됐고, 이보인 선생이 미국에서 사망합니다.
그런데 고인이 사망한 뒤 미국 등에 살고 있는 자녀들, 그러니까 상속인들이 상속세를 내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게 되는데요.
오랜 기간 상속세가 체납되자, 관할 지방 국세청은 체납을 이유로 토지를 압류하게 된 겁니다.
바로 그 토지가 현재 이 남양주 한센인 정착촌, 협동마을인 건데요.
고인이 사망한 줄도 모르고, 이곳에 살고 있던 한센인 분들은 하루아침에 소위 말하는 압류 딱지가 붙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겁니다.
제가 현장을 방문해 만나본 지역 주민도 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셨는데요.
주민분 사정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지만, 압류 사실을 알게 된 당시 막막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압류 해제를 하기 위해서는 가산세까지 붙어 100억 원이 넘는 체납액을 부담해야 하는 건데요.
이곳에 살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고령에, 장애가 있는 분도 계시고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분도 있어 100억 원의 돈은 도저히 부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박성욱 앵커>
네,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처음에 이 토지를 기부한 토지 기증자의 상속인들은 어떤 입장인지도 궁금해지는데요.
늦었지만 이분들이 상속세를 부담할 수는 없는 건가요?

◆최영은 기자>
네, 우선 그럼 2015년경 지방국세청의 압류 처분이 진행되고 난 뒤 2019년, 한센인은 상속인과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데요.
이때 법원은 한센인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됩니다.
그리고 상속인들은 더 이상 사안에 대해 다투지 않아 사실상 상속을 포기했고 한센인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한 건데요.
특히 우리 민법상 20년간 토지를 점유하면, 시효 취득이 가능한데 이런 점에 미뤄 봐도, 한센인들은 법적으로도 토지 소유 자격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중부지방국세청은 같은 입장 고수하며, 토지에 대한 압류 해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재성 /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노동민원과 사무관
"(상속세 규모는) 93억이었는데 가산세가 붙어 100억 원이 넘습니다(중략/ 4:11) 중부지방국세청 입장은 사실상 상속세를 내든가... (중략) 그래야 풀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중략) (기증인 사망 당시)법적으로 (한센인에) 등기가 안 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상속세 부과를 한 거고, 안 내니까 체납을 이유로 압류 한 것이라는 거죠."

◆최영은 기자>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결국 지난해,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집단 민원을 제기한 건데요.
국민권익위원회는 한센인들에게 기증된 토지에 대해 압류를 한 지방국세청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영상취재: 한기원, 이정윤 / 영상편집: 김종석)

한센인은 상속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낼 의무도 없는 것이고 이미 20년 이상 거주해 시효 취득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토지를 압류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박성욱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현재 절차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최영은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어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번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는데요.
기부자 사망 이후 토지를 상속재산에 포함하고 상속인들의 상속세 체납을 이유로 토지를 압류한 것은 실질 과세원칙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며 지방국세청장에게 압류를 해제 하도록 의견표명을 한 겁니다.

인터뷰> 이재성 /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노동민원과 사무관
"(상속인이 아닌)마을 사람 재산에 압류를 하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 (중략) 비록 등기는 안 되고 상속이 됐고 그 부분이 상속 재산에 포함돼 세금이 부과됐지만 체납됐다고 해서 마을 사람 토지를 압류했는데 이 부분은 실질 과세 원칙에서 봐도 가혹하고 부당하다고 의견 표명을 하게됐습니다. (중략) 국민권익위만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의견표명 제도가."

◆최영은 기자>
저희가 개선문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해결 사례를 자주 소개해드렸는데요.
보통 조정을 통해 해결된 사례를 많이 전해드렸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 권익위가 해당 지방국세청에 의견표명을 한 겁니다.
조정과 의견표명, 어떻게 다른 건지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조정은 민원의 주체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가 두 개 이상의 기관일 때, 기관 간의 조정을 통해 민법상 화해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민원 주체의 이해 당사자가 하나의 기관일 때 바로 의견표명을 하는 겁니다.

◇박성욱 앵커>
네, 그렇군요.
이번 사안에도 분명한 의견표명이 전달된 만큼, 지방국세청에서 사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서 모쪼록 잘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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