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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가속화···한반도 농업지도 바뀐다
등록일 : 20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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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문제는 기후에 민감한 우리 농업 또한 큰 변화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반도의 농업 생태계 지도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현장을, 여정숙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올해로 23번째를 맞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주제는 '자연의 회복력'으로, 176건이라는 사상 최다 의제가 제출됐습니다.

그 만큼 전 세계가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도 20건의 의제를 제출하면서 자연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더 이상 기상이변 앞에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약 1.7℃ 상승해, 세계 평균 0.74℃보다 2배 정도 높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의 지속기간이 13~17일 늘었고 열대야 현상도 4~10일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동시에, 집중호우와 가뭄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입니다.

기상청은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기후변화는 기후 의존도가 높은 농업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쳐, 한반도의 농업 생태계 지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2대에 걸쳐 3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지어 온 여환진씨는 지난해 큰 결심을 했습니다.

재배하고 있던 사과의 80% 이상을 처분하고, 다른 품목으로 전환한 겁니다.

사과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있어야 사과 본연의 색이 나오는데, 약 10년 전부터는 온도차가 크지 않아서 예전같은 품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수익은 줄었고, 재배 품종을 바꾸는 선택이 불가피했습니다.

여 씨는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은 사과나무를 올해 말에 모두 처분할 생각입니다.

여환진 ('ㅊ' 농원)

"사과농사를 지어 보니까 과거에는 대구지방에서 대구사과라고 하면 전국적으로 알아줬는데 지금와서는 기후 온난화에 따라 사과가 도저히 색깔이 안나와서 폐원하게 됐습니다."

온도가 1℃ 올라가면 농작물 재배한계선은 81km 북상하고, 고도로는 154m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라 주산지 등 농작물 재배지대도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한라봉은 제주에서 김제로, 포도는 경산에서 영월로, 사과는 대구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올라왔고, 녹차는 보성에서 강원 고성까지 북상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아열대 지역에서 재배되는 망고와 오크라, 아티쵸코, 열대시금치 등의 과일이나 채소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과의 재배면적은 줄어든 반면, 아열대성 작물인 참다래의 재배면적은 늘어나는 등 생산지의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큰 변화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발 1천100m의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생산지입니다.

수확이 한창인 시기지만 일부 밭들은 수확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온 작물인 배추가 높은 온도로 인해 무름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무름병은 고온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은 병으로, 배추가 썩기 때문에 수확은 시도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온도가 올라가거나 가뭄 등의 기상이변으로 고랭지 채소의 재배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랭지 배추의 재배면적은 2001년 1만 헥타르가 넘었지만 2007년에는 6천 헥타르로 줄었습니다.

김기덕 박사 (고랭지농업연구센터)

"배추는 주로 노지에 재배하기 때문에 천우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습니다. 고랭지 배추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가림시설과 같은 비를 차단해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는 그간 없었던 새로운 병해충까지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국지적으로 발생했던 벼줄무늬잎마름병의 경우, 최근 충남과 전북을 중심으로 피해지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피해면적이 2007년 1만4천 헥타르에서 2009년 2만1천 헥타르로 늘었고, 과수농가에는 꽃매미와 갈색여치의 발생 면적이 증가하는 등 고온성 병해충 발생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도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제1차 기후변화 대응 종합대책 마련 이후, 총 4차에 걸쳐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7개 실천 과제에 국가 식량안보체계 확립을 포함시켜, 기후변화에 대비한 농업 대책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농촌진흥청은 온난화에 의한 돌발 병해충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강경호 농학 박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저희 식량과학원에서는 야생벼가 보유하고 있는 저항성인자를 재배벼에 이전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가 새로운 병해충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재배기술 보급하는데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녹색투자 규모는 3억5천600만 달러로, OECD 국가 중 아직 17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민.관 합동 연구개발 시스템을 만들어, 안정적인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농업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연구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식량 확보는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만큼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규호 과장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보다 폭 넓은 연구와 특히 적응기술쪽에 여러 실용화 기술 등이 개발돼서 농가현장에 활용이 될 수 있을 꺼라고 생각되고 특히, 농업기상재해가 갈수록 빈발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관련 경보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벼 육종기술을 활용해 가뭄과 침수 등 재해에 견디는 벼 품종을 개발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망고와 참다래 등 한반도에 적응하는 열대 대체작물을 개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우리 농업,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보다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KTV 여정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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