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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키우는 '희망 공부방' [현장포커스]
등록일 :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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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교육비 때문에 학부모들 허리가 휜다고들 하는데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소득 가정에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가 자녀들의 학습지도일텐데요, 오늘 현장포커스에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무료공부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아 기자, 주위 친구들은 학원 다니고 또 과외를 받고 하는데 나만 그렇지 못하다고 하면 아이들이 받는 상처도 클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서는 안 되겠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 쓸 여유도 교육시킬 돈도 없는 부모 대신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공부방을 찾아가 봤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준희가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섭니다.

다세대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골목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은 삼선동의 자치회관.

토요일 오후 2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비둘기 공부방 수업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입니다.

2005년부터 교내 봉사동아리를 통해 비둘기 공부방과 인연을 맺은 이후 꾸준히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허보윤/대원외고 2학년

“제가 그냥 선생님으로서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친구가 되잖아요. 서로 알기도 하면서 한번 이라도 빠지면 선생님 왜 저번에 안 왔어요. 그러고 애들 표정 어두워지고 그런 것도 보이고 그러는데 나중에는 마음이 오고 싶어지고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삼선동 비둘기 공부방의 자랑은 우수한 학생 강사들이 많다는 겁니다.

65명은 특목고생과1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가정형편 때문에 사교육을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학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이효정 /삼선초등학교 6학년

“수학 같은 건 어렵잖아요. 그런 걸 재밌고 자세하게 알려줘서 좋은 거 같아요.”

여러 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학원과 달리 모르는 걸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고 일대일로 꼼꼼하게 지도해주니 부족한 학습진도를 따라가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이혜련/한영외고 1학년

“저는 알아도 아이들한테 풀어서 설명해야 하니까 그런 걸 많이 생각해야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는 것...”

공부방 선생님들과 친해진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걸어 질문하기도 하고 성적이 올랐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김상재/대원외고 2학년

“지금까지 해오면서 아이들하고 친해지고 학업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준 것 같아서 벌써 이 공부방이랑 끝이 너무 탄탄해진 것 같아서요 인연의 끝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이들은 공부방 선생님과 만나면서 꿈을 갖게 됐습니다.

박준희/삼선초등학교 2학년

“저도 커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고등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공부방.

수학과 영어 수업을 듣는 인영군은 대학생이 되면 이 곳 공부방에 그 동안 받은 혜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인영/홍익고등학교 2학년

“선생님 보면서 나중에 나도 저렇게 되어야 될 텐데 하고 많이 저도 자극 받았어요. 부모님도 선생님처럼 지금부터라도 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커서 좀 봉사활동 좀 많이 해서 어려운 애들한테 많이 도와주라고 말씀하셔서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소외돼 있었던 아이들은 공부방에 다니면서 마음을 열게 되고 차차 공부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호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경제적인 사정이나 이런 것 때문에 성적이 낮은 게 아니라 꿈을 잃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큰 문제 같고 안타까워서 학문적인 그런 걸 넘어서 저 혼자만 안 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힘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런 쪽으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거든요.”

지난 2000년 5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공부방이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 자원봉사자 장공임씨의 역할이 컸습니다.

장공임/성북구 삼선동 청소년 비둘기 공부방

“거의 다 간식비나 모든 자비를 다 썼는데 힘이 들더라고요. 003725 한 10년 동안 하면서 알려지고 하다보니 주위 분들이 후원을 좀 해주셔서 그걸 가지고 문제집을 사주고 있어요.”

관악구 조원동의 올래 공부방.

공무원 선생님이 저소득 가정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주 2회 하루 3시간씩 영어와 수학을 강의합니다.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 남짓.

2명의 아이들로 시작했지만 점차 수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박정아/관악구 조원동 주민센터

“애들하고 많이 친해져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과 생각도 알아야 되고. 그런 부분에도 도움을 많이 주고 싶고요 인생선배로서. 주말에 시간을 보낸다든지 이런 기회도 만들고 싶어요.”

간식 시간에만 공부방을 찾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공부방을 찾고 있는데요,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했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성적도 향상되는 등 공부방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학생들은 어느덧 아이들의 멘토가 됐는데요, 이처럼 공부방은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무료 공부방, 아주 반응이 좋은데요, 공무원들도 강사로 나선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저소득 가정일수록 가정에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볼 손길이 부족한데 공부방에서 학습지도 뿐 아니라 생활지도를 받을 수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공부방이라고 하면 주로 영어 수학 위주로 이뤄지는 학습지도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예체능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부방도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인성교육과 체력단련, 예능교육까지 공부방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배우기 어려웠던 예체능 과목을 특화한 공부방을 취재했습니다.

마장동의 한 태권도 도장.

아이들이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풉니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힘차게 발차기를 하다보면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힙니다.

박다온/마장초등학교 5학년

“몸도 튼튼해지고 유연해져서 좋아요.”

태권도 수업이 끝나고 도착한 자치센터 공부방에서는 말하기 수업이 이어집니다.

오늘은 동화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수줍어했던 아이들이 한 번 두 번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젠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오영선/ 마장초등학교 6학년

“제가 원래 국어를 좋아하는 데 이 수업 들으면서 표현력도 기를 수 있고 발표력 같은 거를 기를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윤예진/마장초등학교 4학년

“학교에서는 답만 말하면 되는 건데 여기에서는 선생님이 내 의견도 잘 들어주시는 것 같아서 학교보다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말하기 수업은 발표력 향상은 물론 바른 인성을 갖게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김수향/ 마장동 공부방 스피치 강사

“자기 생활을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고 민망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부분들을 볼 때 그런 것들을 자기 마음속의 세상을 밖의 세상과 좀 더 소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것들이 다른 장에 가서는 공감대가 형성돼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적어도 공부방에 와서는 같은 아픔도 있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날 오후 다시 찾은 자치센터 공부방.

대학생 선생님이 진행하는 피아노 수업이 한창입니다.

매주 목요일 일주일에 한 번 뿐인 수업이어서 아이들은 이 시간이 더 기다려집니다.

윤준영/ 마장초등학교 4학년

“일주일에 한 번이라서 아쉽긴 하지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선생님 역시 정해진 시간에 여러 명의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게 아쉽습니다.

박 민/ 한양대 피아노과 2학년

“시간이 너무 한정돼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이 시간 동안 7명 정도를 해야 하니까 한 사람당 20-30분 이렇게 밖에 못하니까 실력이 많이 늘지는 못해서 그게 좀 아쉬워요.”

무료로 운영되는 공부방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학부모들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박오순/학부모

“아이가 둘인데 둘 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다 참여하고 있거든요. 애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고 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너무 뿌듯하고 좋습니다.”

2006년 말부터 운영돼온 마장동 공부방은 영어 수학 지도는 물론 예체능 교육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정희/ 마장동 주민센터

“저희 아이들이 처음에는 중학교 3학년이 제일 큰 학년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내년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 돼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대학을 진학을 해서 아이들이 대학생이 돼서 자기들이 받았던 것처럼 여기 와서 공부방 아이들을 본인들이 가르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작은 소원입니다.” 공부방 공간은 지역 주민센터에서 제공하고 자치위원회 기금에서 일부가 지원되지만, 공부방이 이렇게 활성화되기까지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학생들과 주변 이웃의 도움이 컸는데요, 공부방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고 진학생들이 다시 공부방에 봉사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날도머지않아 보입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줄 수 있는 탈출구가 바로 교육인데요, 이런 무료 공부방이 좀더 많아져서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희망의 공간이 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김현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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