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지 앵커>
요즘같이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는 사람들만 힘든게 아니겠죠.
나무들이 추위를 잘 버텨내고 병충해도 막을 수 있도록 헌 옷을 감싸주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무에 옷을 입혀주는 훈훈한 봉사 현장에, 유청희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유청희 국민기자>
(인천시 연수구)
인천에 있는 한 마을 산책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 사람들이 나무마다 옷을 입혀줍니다.
차가운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감싸주기 위해서인데요.
현장음>
“앞에 면이 보이게끔 자리 잡아주고 뒤에서 그대로 잘 고정해 주면 돼요. 같이 해봐요.”
빨간색부터 노란색, 펭수 무늬까지.
형형색색 다양한 색감의 옷을 입는 나무들.
'작은 실천으로 함께 나눠요', '나눌수록 커져요' 등 따뜻한 내용의 글귀도 쓰여 있습니다.
나무에 옷을 입혀주는 참가자는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단원들.
겨우내 추위는 물론 병충해를 막고 면역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겨울철 동안 나무에 있는 벌레들이 따뜻한 곳을 파고들게 되고 내년 봄이 되면 다시 (옷이) 소각돼서 버려지게 됩니다.”
코로나19와 추위 속에서도 뜻있는 일에 참여한 봉사 단원들은 뿌듯한 보람을 맛봅니다.
인터뷰> 최우석 / 나무에 옷 입혀주는 봉사단원
“심리적으로 얼어붙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나눔 봉사를 하면서 이런 시국에도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보기만 해도 따뜻한데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보기에 좋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이정애 / 인천시 연수구
“예쁘고 보호해 주니까 나무도 한겨울에 따뜻하게 잘 자랄 거고 환경적으로도 좋잖아요. 좋아요. 아주 좋아요~”
푸근한 봉사활동은 지난해 연말부터 인천 연수구와 초등학교에서 펼쳐졌는데요.
겨울을 잘 지내라고 옷을 입혀준 나무는 모두 5백 그루에 이릅니다.
인터뷰> 조명자 /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본부장
“겨울철이 되면 전통적으로 나무에 짚으로 옷을 입혀서 병충해를 모아 봄에 태우잖아요. 그런 부분을 어차피 해야 되는데 아시다시피 요즘엔 지푸라기 구하기도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도시적인 특성을 살려서...”
나무에 입혀준 옷들은 입지 못하는 헌 옷으로 모두 구입한 것인데요.
봉사 단원들이 다시 나무에 맞게 재단했습니다.
현장음>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더 옷들이 자기 역할을 하고 버려지게 된다는 의미가 있겠죠.”
모아진 헌 옷들은 나무 둘레에 맞춰 자르고 흰 천을 덧대는데요.
흰 천과 헌 옷은 옷핀으로 고정하고, 색깔펜으로 나눔이 일상이 되도록 하자는 글씨를 쓰고 초록색으로 나무를 그립니다
현장음>
“나눔이나 봉사에 대한 메시지를 적게 되면 한 세트가 되는 거고요.”
인터뷰> 송정호 / 나무에 옷 입혀주는 봉사단원
“지구는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렇게 버려진 옷가지들로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영상촬영: 이승윤 국민기자)
이번 봉사활동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했는데요.
온정의 손길로 한겨울을 잘 지내게 될 나무들은 날이 풀리면 옷을 벗게 됩니다.
코로나19와 차디찬 날씨로 몸과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요즘인데요.
나 하나 챙기기도 버겁지만 나무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를 모두 감싸 안아주는 듯합니다.
국민리포트 유청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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