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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미술과 문학의 만남' 관심 끌어
등록일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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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민 앵커>
과거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는 말그대로 '암흑의 시대' 였는데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당시 문화예술가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였습니다.
이들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김혜빈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김혜빈 국민기자>
(친구의 초상 / 구본웅 作)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한 남성, 화가 구본웅의 작품 '친구의 초상'입니다.
그림 속 주인공은 그의 절친으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인데요.
관람객들이 강렬한 눈빛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주제로 마련한 특별한 전시,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문학인과 화가들의 작품과 관련 자료 3백여 점이 선보였습니다.

인터뷰>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이번 전시는 1930~40년대를 중심으로 해서 경성의 문학인과 예술인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그 시대 예술을 꽃피웠는지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한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상이 직접 운영한 '제비다방'에서 들을 수 있었던 미샤 엘만의 협주곡인데요.
작고 초라했지만 언제나 예술가들로 가득했던 다방과 이들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이 전시돼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당시 예술가들은 치열한 문화 토론을 하며 예술의 융합적 가치를 키워나갔습니다.
이곳은 1930년대 신문소설과 잡지를 볼 수 있는 공간.
삽화가 함께 실린 심훈의 소설 '동방의 애인'이 선보였는데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삽화가 안석주가 표지를 그린 것입니다.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민족 시인 김소월의 대표적인 시집 '진달래꽃' 원본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설가 이태준은 책 표지를 보고 최고의 꽃이자 천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무용 / 서울시 광진구
“책을 통해서 보던 작가들, 옛날 손때 묻은 책들, 삽화들...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그분들의 기분을 좀 느낄 것 같아요.”

(나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作)
백석의 시 나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실린 화가 정현웅의 그림은 '그리움'의 정서를 극대화했습니다.
예술적 동지였던 이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인터뷰> 박연수 / 서울시 중랑구
“한국 문학을 잘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설명도 잘 되어 있고 해서 좋았던 거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6·25 전쟁 당시 서로 버팀목이 됐던 예술인들의 작품도 선보였습니다.

(시인 구상의 가족 / 이중섭 作)
국민화가 이중섭이 자신의 친구이자 시인인 구상의 가족을 그린 작품, 화목한 부자 옆에 있는 힘없는 사내의 표정은 6·25 전쟁 중 일본으로 보낸 아내와 아들을 그리워하는 화가 자신의 심정을 보여줍니다.

(달밤 / 김환기 作)
김환기가 6·25 전쟁 중에 그린 '달밤'은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시인 김광균이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둔 작품, 문학적 재능까지 넘쳤던 김환기와 천경자 등 여섯 화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외국인 관람객도 눈에 띕니다.

인터뷰> 나탈리아 베아트리즈 / 스페인 관람객
“전시된 작품 중에 천경자의 '청춘의 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인터뷰> 김인혜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그림과 글을 굉장히 적절하게 안배한 전시이기 때문에 그림뿐만 아니라 글 속에서도 그 시대에 생각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을 합니다.”

(영상촬영: 이수민 국민기자)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사전예약 관람객을 7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5월까지 계속됩니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는 가난과 모순으로 가득 찬 시대였는데요.
이번 전시는 암울한 시절이지만 그만큼 각별했던 미술과 문학의 연대의식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리포트 김혜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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